오피니언 기고

서울 WCC 총회, 종교 편향 극복 기회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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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2013년 부산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는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이후 반세기 만의 경사다. 종교 전문가들의 평가처럼 금세기 중 아시아에서 다시 열기 어려울 정도로 권위 있는 종교행사라는 점에서 이 총회가 갖는 역사적인 의의는 크다. 세계교회협의회(The World Council of Church)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인류의 양심과 세계질서 회복을 위해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추구하는 협력기구로 진지하게 논의돼 오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설됐다.

10차 총회를 4년여 앞둔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일찌감치 초교파적으로 연합해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통상 7년마다 열리는 본 총회는 전 세계 120여 국가에서 개신교 대표 4000여 명을 비롯해 언론인과 행사 관계자 등 무려 7000여 명이 참가하는 매머드 종교행사다. 이 총회는 비단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의 행사만이 아니라 개최지의 국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 올림픽’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10차 총회의 성공 여부는 우리나라의 명예와 직결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전례 없이 완벽하고 내실 있는 총회를 치러 사회질서 회복과 인류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제고함으로써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더 높여야 하겠다. 김삼환 유치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이 총회는 세계 교회를 섬기는 한국 교회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뿐더러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교회와 정부 관련 기관·단체가 함께 협력해 줄 것을 호소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다소 급진적인 WCC와 거리를 두고 있는 보수교단도 있으나 기독교계는 이번 기회에 초교파적으로 연합 일치하는 성숙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겠다. 아울러 타 종단에서도 우리나라의 종교와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이 행사를 적극 성원함으로써 그간의 종교 편향 논란을 해소하는 아름다운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주요 종교 간에 전에 없던 소원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국력을 총결집해도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오늘 날,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이야말로 가장 어리석고 소모적인 국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진리 수호를 위해서는 순교도 불사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지만 사회를 계도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는 종교 간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작금의 종교 편향 문제에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차치하고라도 우리 사회가 도덕과 정신 면에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전 세계의 국가와 종교계가 기대하는 WCC 10차 총회와 그 준비 과정이 바로 이것을 실천할 때다.

김성영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