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발칸] 공습 19일째…미.러.유고 3국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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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고의 잇따른 타협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공습강도는 높아지고만 있다.

이에 반발, 러시아도 경고수위를 높이고 있고 유고는 코소보내 알바니아계에 대한 공격과 인종청소를 재개하는 등 코소보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공습 19일째를 맞고 있는 코소보 사태에 대한 미국과 유고.러시아 등의 입장과 태도를 중간점검한다.

◇ 미국 = 나토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유고병력의 코소보 완전철군과 나토 평화유지군 주둔 허용을 받아들이지 않 는한 공습중단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가 나토회원국들에 핵무기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언질과 함께 코소보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받은 상태다.

때문에 유고에 대한 공습은 더욱 강화될게 확실하다.

또 나토측의 거듭된 부인 속에서도 지상군 투입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태다.

공화당 대통령출마 지명전에 나서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다음주 미 지상군의 유고 파견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 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반대 (뉴욕 타임스.CNN 공동조사 결과 48%)가 앞서고 있지만 찬성 (46%) 쪽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13일 러시아와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는 "미 정부는 유고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나 정보제공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는 '선물' 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유고 = 지난주 코소보해방군 (KLA)에 대한 일방적 휴전 선언, 난민귀환 촉구, 미군포로 3명의 무조건 석방 등 갑작스런 평화 제스처를 취했던 유고는 9일 다시 강경대응으로 입장을 바꿨다.

나토 관계자는 유고군이 KLA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으며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위해 코소보내 2백여개 도시와 마을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국제난민기구들은 9일 밤 난민 5천여명이 알바니아에, 수백명이 마케도니아에 각각 도착해 인종청소 재개에 따른 대규모 난민유입이 다시 시작됐다고 전했다.

유고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나토의 공습명분을 희석시키고 러시아에 기대 위기를 모면해 보려던 의도가 나토의 강경한 입장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고는 나토의 공습이 3단계로 강화되면서 군사기지는 물론 발전소.교량 등 산업기간시설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유고는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 등 주변국을 공격하는 카드를 구사함으로써 전쟁확산을 우려한 나토공습 반대여론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 러시아 = 초기부터 나토공습에 반대해온 러시아는 군함을 아드리아해에 파견하는 등 대 (對) 서방 경고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옐친 대통령은 국내 정치상황과 맞물려 위협 발언과 부인을 거듭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9일 '세계대전' 발발 위험을 경고, 서방을 한때 초긴장상태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미국이 핫라인을 가동, 크렘린측의 의도를 확인해본 결과 사실무근이었다.

겐나디 셀레즈뇨프 러시아 국가두마 (하원) 의장도 옐친이 "나토 회원국을 향해 미사일을 조준할 것을 명령했다" 고 밝혔으나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그런 지시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셀레즈뇨프 의장은 또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이 옐친에게 러시아 - 벨로루시 연방과의 합병을 요청했고 옐친도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크렘린측 공식반응이 없어 사실상 '해프닝' 으로 막을 내렸다.

이같은 혼란은 탄핵위기에 몰린 옐친 대통령이 코소보 사태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 회복을 위한 '국내용 카드' 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공산당이 주도하고 있는 의회로부터 국민학살.군대와해.의사당 무력진압 등의 혐의로 15일 탄핵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코소보 사태에 대한 무력개입을 부인하고 있는 옐친은 탄핵위기가 결말지어질 때까지 강경발언과 부인 사이를 오락가락할 것으로 보인다.

[옐친 대통령 유고관련 최근 발언, 입장]

▶4.7 "유고연방에 대한 무기지원은 할 수 없다. "

▶4.8 "러시아는 코소보 분쟁에 말려들지 않을 것. "

▶4.9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옐친에게 유고 - 러시아 합병 요청, 옐친 지지설

▶4.9 "러시아 미사일의 목표물이 현재 유고를 공습하고 있는 국가들로 변경될 것. "

▶4.9 "미국인들이 부추기지만 않는다면 러시아는 결코 발칸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 "

▶4.9 "우리를 군사행동으로 밀어넣지 마라. 유럽전쟁이나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

이훈범.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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