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관주도 큰손 장세 추가상승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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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주가의 추가상승을 낙관하는 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증시로 돈이 모여들고 있다는 게 낙관론의 가장 큰 배경이다.

게다가 '돈의 힘' 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에서 앞으로는 기업의 실적호전이 주가에 반영되는 보다 탄탄한 상승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일고 있다.

ING베어링 조사담당 이사 빌 헌세이커는 지금의 상승 국면을 뒤집을 만한 악재도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했던 시장은 점차 외국인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까지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도 환율.금리.유가 등 국내외적으로 주가를 급등락시킬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아 마음놓고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주식투자에 확실한 잣대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난해말 이후 증시가 큰손들에 의해 좌우돼온 만큼 이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최근 주가급등 요인 =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금융기관들의 수신금리가 7%대까지 떨어지고 회사채 수익률 (3년만기 기준) 도 연중 최저 수준에서 옆걸음질하고 있다.

이런 수익률로서는 기대치를 채울 수 없는 시중 뭉칫돈이 보다 높은 이익을 좇아 대거 증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달동안에만 은행 금전신탁에서는 6조1천7백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고객예탁금은 1조3천억원 이상 늘었다.

직접투자의 위험성때문에 투자자들의 돈이 투자신탁회사의 주식형 펀드 등 간접 투자상품으로 쏠리며, 그동안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주식팔기에 급급했던 기관투자자들이 지난달엔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기관들의 월별 매매실적이 매수우위로 돌아선 것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97년 10월 이후 17개월만에 처음이다. 경기호전 기대감도 주가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대한투자신탁 손병오 수석펀드매니저는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 통계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는 데다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개선 소식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고 말했다.

제임스 루니 템플턴투신 사장은 선진국 증시활황세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국의 다우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만포인트를 돌어선 후에도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른 나라 증시에 힘을 넣어주고 있다" 고 밝혔다.

◇ 향후 장세전망 = 많은 전문가들은 돌발악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당분간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낙관적 측에선 단기적으론 7백선까지, 올 연말까지는 9백선까지 회복할 것이란 견해를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돌발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중장기 전망을 내놓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최대 악재는 시중 실세금리의 상승전환이다. 지금까지의 오름세가 저금리에 의존해왔던만큼 만일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그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율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원 - 달러 환율 뿐아니라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증시는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최근 엔 - 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것은 일본의 3월 결산법인들이 재무실적을 개선시키기 위해 보유 달러를 대거 팔았기 때문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며 "이들의 매물 출회가 거의 끝나는 이번 주부터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정경수 주식파트장은 "향후 장세는 철저히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이며 주가는 기업들의 실적이 진짜로 호전되느냐에 달렸다" 고 말했다.

경기추세와 기업들의 실적변화도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예상 돌발악재들이다. 경기가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거나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나빠지면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 주가상승의 영향 = 경제를 끌어가는 실물과 금융 양쪽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상장사들이 올해 증시를 통해 조달하려는 유상증자 규모는 무려 30조원. 그러나 주가가 낮아 제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현대상선은 3천억원의 유상증자 계획물량에서 무려 80%가 실권처리됐다.주가가 오르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활력소로 작용한다. 인수.합병 (M&A) 을 원하는 외국기업들에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다.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평가손을 면할 수 있다.

현대투신운용 강창희 사장은 "주가가 1천포인트대에만 도달하면 금융개혁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투신사 부실문제도 자동으로 해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가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얻는 이익은 요즘 회복기미를 보이는 소비심리를 더욱 부추기는 데도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임봉수.김원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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