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도쿄타워]식을줄 모르는 고교야구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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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대부분 방송들은 4일 정규 뉴스의 머릿기사로 이날 끝난 선발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소식을 올렸다.

우승팀 오키나와쇼가쿠 (沖繩尙學) 고가 있는 나하 (那覇) 시에서는 신문의 호외가 뿌려졌고, 상점들은 기념 세일에 들어갔다.

해마다 선발고교야구 선수권이 끝날 때면 으레 접할 수 있는 광경이다.

오사카 (大阪) 시 인근 고시엔 (甲子園) 구장에서 열려 고시엔 대회로 불리는 이번 대회는 특별대접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 NHK는 32개팀이 출전하는 전경기를 생중계하고 경기 종료후 연주되는 교가 가사를 자막으로 내보낸다.

신문은 출전고교의 향토 소개와 개개인의 프로필을 곁들인다.

대회의 입장 행진곡은 톱싱어의 노래다.

'백구의 향연' '스타의 산실' 이라기보다는 국민적 축제에 가깝다.

프로야구 일정과 겹쳐도 인기는 여전하다.

전국의 약 4천개 고교팀은 1백대1을 넘는 경쟁을 뚫으려고 기를 쓰고, 주민들은 너도나도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본선에서 고배를 마신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의 흙을 봉지에 담아 가는 전통이 생긴 것은 고시엔을 밟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여대생의 고교 추억담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것도 고시엔에서의 응원이라고 한다.

아마 스포츠계에서 '고시엔 대회가 다른 종목을 망친다' 고 볼멘소리를 낼 만도 한 셈이다.

고시엔 대회는 예절교육.스포츠맨십의 마당이기도 하다.

경기 전후 선수들의 깍듯한 예의, 패기와 투지는 오늘날의 일본 학교교육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NHK의 경기 생중계는 이런 점과 국민통합을 감안했을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출범후 고교야구가 뒷전으로 밀려난 우리에게 고시엔 대회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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