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가대표권도 김정일 위임사항…수정헌법서 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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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지난해 9월초 수정헌법에서 국가주석제를 폐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국가대표권' 을 부여했지만 국방위원장인 김정일 (金正日) 의 '위임' 이 있을 때만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본사가 입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의 기본내용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노동당 간부용 학습제강 (자료해설집)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노동당출판사가 발간한 이 해설집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국가대표권은 철저히 위대한 장군님 (김정일 지칭) 의 위임에 의한 대표권" 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국방위원장이 "나라의 정치.군사.경제역량의 총체를 지휘통솔하며 나라의 방위력과 전반적 국력을 발전시키는 사업을 조직영도하는 국가의 최고직책" 이라고 설명, 김정일이 최고통치자임을 분명히 했다.

해설집은 또 "헌법에서 국가대표권에 관한 헌법적 처리를 우리 식으로 함으로써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업부담을 덜어드리고 장군님의 유일적 영도밑에 국가수뇌외교를 정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벌여나갈 수 있게 됐다" 고 덧붙였다.

북한의 수정헌법에는 이같은 사실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당내부 간부용 교육자료를 통해 김정일의 최고통치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김정일 자신이 국가수반으로 대외활동을 하기 곤란할 때는 상임위원장 김영남을 내세우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상회담 등에 직접 나설 수도 있게 한 편법적인 권력편제다.

해설집은 국방부문의 상설적인 최고주권.행정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정권의 중추적 기관' 이라고 전제하고 국가기구 측면에서 '국방기구를 기둥으로 하는 군권중시의 기구체계' 가 확립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일이 "헌법의 조문 하나하나를 검토하면서 변천된 환경과 현실에 맞게 손수 보충정리하고 완성했다" 고 설명, 수정헌법이 사실상 김정일헌법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밖에 김정일이 "중앙과 지방의 정권기관들을 기구간소화.정간화의 원칙에서 합리적으로 통합정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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