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0명 광고회사 화이트사 500억 광고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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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수백여개에 달하는 국내 광고업체들이 고객으로 모시고 싶어하는 광고주는 누굴까. 매출 규모와 제작편수 등에 따라 기준이 약간씩 달라지긴 해도 IMF 시대인 요즘 한해 3백억~4백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퍼붓는 업체들을 '탑 텐 (Top - ten)' 으로 꼽는데 이견이 없다.

통신 광고업계에서 탑 텐 안에 드는 '큰 손' 은 SK텔레콤의 011광고. 때문에 해마다 연초가 되면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하우스에이전시) 나 중소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011 광고' 수주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올해 이변이 벌어졌다. 대형 업체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 을 깨고 종업원들이 20여명에 불과한 작은 광고회사에 1년치 제작권 (광고비 5백억원) 이 넘어간 것.

이변의 주인공은 광고대행사 화이트 (WHiTE) 의 공동대표인 조동원 (趙東源.42) 실장과 박인춘 실장 (朴寅春.42) 콤비. 趙실장은 "광고주에게 '회사규모는 작지만 창의성과 광고제작 능력이 앞선다' 는 점을 내세운 게 먹혀들었다" 며 "다행히 광고주도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화이트를 선택한 것 같다" 고 밝혔다.

두 사람은 광고업계에서는 '작은 거인' 으로 꼽힌다. 朴실장은 88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 '벽을 넘어서' 를 기획.감독한 인물. 趙실장은 에이스침대 광고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라는 카피로 교사.학부모들로부터 집중 항의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밖에 '체인지업 2년 후엔 더욱 강해집니다' '한방에 통한다. 원샷 018' 등의 친숙한 카피가 그의 작품이다.

직원 채용 방식도 다르다. 대학교 2학년생 가운데 '끼 있는' 학생들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한 뒤 졸업 때까지 실무와 이론교육을 시킨다. 이어 졸업 후 정식 사원으로 입사시키는 것.

이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는 미국의 '와이드 앤 케네디' 사. 종업원이 수십명 밖에 안되지만 1년에 수억달러를 주무르는 나이키사의 광고 대행사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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