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6곳서 공사 관악산 자락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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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대 캠퍼스 4.19 기념탑 뒤편 관악산 중턱. 해발 2백m의 산허리에 10층 짜리 제2공학관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뒤편에 30m 높이의 절벽이 새로 생겼다.

1천2백여평의 부지를 확보하느라 순환도로 앞 산비탈을 수직으로 깎아낸 탓이다.

숲과 기암괴석은 간데 없고 '인공의 절벽' 에는 산사태를 막기 위한 녹색 철조망만 덮여있다.

서울의 4대 명산 중 하나인 관악산이 서울대의 각종 건물 신축공사로 산중턱이 깎여 나가고 산림이 뽑히는 등 훼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시민단체 등이 서울대의 건물신축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 훼손 실상 = 서울대 캠퍼스내 공사현장은 모두 16곳, 8천5백여평에 이른다.

기존 음. 미대 건물과 순환도로 사이에 나란히 짓고 있는 환경연구관.예술관. 미술관. 국제지역원 신축 공사의 경우 녹음이 우거진 관악산 자락 산비탈 2천3백70여평을 잠식했다.

관악산을 정면에서 가로막고 있어 '바벨탑' 이란 오명이 붙은 제1공학관 옆에 건립 중인 제2공학관은 높이 마저 비슷해 '제2의 바벨탑' 으로 불리고 있다.

대학원생 하상응 (27.외교학과 박사과정) 씨는 "환경연구관의 경우 환경을 파손해 가며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간다" 고 말했다.

관악산 훼손은 후문 옆 낙성대 계곡쪽이 더욱 심하다.

대학원 기숙사 건립과 연구공원 조성을 위해 수만평 규모의 계곡이 바위와 흙더미로 메워졌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파묻혔다.

서울대는 또 캠퍼스내 수목이 울창한 지역에 미술관.수의과대 등을 신축하는 등 모두 8천여평 규모에 11개의 건물을 더 짓기 위해 최근 관악구에 건축협의를 신청했다.

이 계획에는 학부기숙사 건물 옆 시민들이 매일 오르내리는 등산로 일부를 깎아내 공동연구단지를, 총장공관 옆 수목이 우거진 산등성이를 허물고 3천4백여평 규모로 현재 수원에 있는 농업생명과학대를 각각 건립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 법적인 근거 = 현행 건축법상 국립대의 시설설치는 관할구청.시청의 허가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관악산 1백17만여평이 서울대학교 부지로 되있어 신축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고 말했다.

◇ 시민단체 반발 = 서울대의 관악산 훼손에 맞서 관악구 주민.작가.교수.상인 등 1백20여명으로 구성된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은 오는 7일 관악구민회관에서 '서울대 건축이 관악산 환경 및 산림훼손에 미치는 영향' 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다.

'관악산…' 의 대표 이후용 (李厚容.59.건축사) 씨는 "관악산이 제모습을 지키도록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 서울대 입장 = 서울대 관계자는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발전 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캠퍼스 확장은 불가피하다" 며 "녹지훼손 없이 학교시설을 신축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는 농업생명과학대학 신축과 연구단지 조성공사는 수년간 지속돼온 사업인 만큼 계획대로 추진할 계획" 이라며 "장기적으로 학교 부지를 ^보존지역^개발지역^재개발지역 등으로 분류해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문경란.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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