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문-라경민 배드민턴 탈락 "믿을 수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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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 배드민턴의 '환상 듀오' 김동문-라경민 조마저 8강에서 무너졌다.

김-라 조는 16일(한국시간) 구디 올림픽홀에서 벌어진 혼합복식 8강전에서 덴마크의 요나스 라스무센-리케 올센조에 0-2(14-17, 8-15)로 완패,탈락했다. 금메달은커녕 메달권에도 들지 못한, 충격적인 패배였다.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때의 재판이었다. 당시에도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라 조는 똑같이 8강에서 무명인 장준-가오링(중국)조에 져 탈락했었다.

출발은 상쾌했다. 김-라조는 1회전에서 네덜란드의 브라울-브라울 조를 26분 만에 2-0(15-4,15-6)으로 간단히 물리쳤다. 환상적인 호흡으로 혼합복식 경기의 진수를 보여준 김-라 조는 덴마크 조를 맞아서도 우세한 경기 내용으로 1세트 초반을 주도했다. 단숨에 7-1까지 앞서갔다. 김동문이 긴장하면서 한 때 9-10으로 역전을 허용하긴 했으나 곧바로 14-11로 뒤집었다. 1점만 내면 1세트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더구나 서브권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김-라 조의 라켓이 마술에라도 걸린 듯 얼어붙었다. 14-14 동점을 내줘 세트(연장) 상황을 맞았고 김동문이 연거푸 범실을 하면서 내리 3점을 더 내줘 대세를 그르쳤다.

세계랭킹 1위 답게 1세트의 악몽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는 노련미가 필요했다. 하지만 불행의 그림자는 2세트 들어서도 계속 됐다. 힘 한번 못쓰고 0-8까지 몰렸다. 1쿼터 마지막부터 계산하면 14점을 스트레이트로 빼앗긴 것이다.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외국 전문가들도 "언빌리버블(믿을 수없다)"만 주문처럼 외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박주봉과 짝을 이뤄 '확실한 금메달'이라고 평가받았지만 결승에서 김동문-길영아 조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던 라경민은 세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불운에 울었다.

아테네=특별취재단

***아테네 올림픽 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 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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