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8㎝, 4곡 수록, 4천5백원…꼬마CD 음반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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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부산 출신의 3인조 록밴드 '에브리 싱글 데이' 는 97년 열린 '영호남 록페스티벌' 과 'MBC 전국 록페스티벌' 에서 각각 금상과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지만 아직까지 음반 한 장 내지 못했다.

'댄스 아니면 발라드' 라는 통념이 지배하는 가요계 풍토상 록음악으로 독집을 내겠다는 제작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최근 이들은 자신의 음반을 낼 기회를 맞았다.

독립음반사 '인디' 에서 이들 음악 4곡을 묶어 싱글음반으로 제작하는 것. 일단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어 대만족이라는 반응이다.

이달 말 출시되는 '에브리 싱글 데이' 를 포함한 4종류의 싱글음반은 간간이 선보였던 다른 싱글음반과는 크게 다르다. 우선 지름이 120㎜인 일반 CD보다 훨씬 작은 '80㎜ 싱글 CD' 라는 점. 곡 수가 많지 않으니 일반 CD에 담을 필요가 없고 싱글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는데 작은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음반 재킷도 젊은 취향에 맞게 날렵한 디자인을 택했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점은 정가를 4천5백원으로 책정한 것. 그동안 김민종과 손지창의 '블루' , 김건모, 비주 등이 일회성으로 발표했던 싱글음반은 일반 앨범가격의 70~80%선인 7~8천원. 제작비가 많이 들고 유통구조가 복잡한 탓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껏 4~5곡 수록된 싱글음반보다는 몇 천원을 더 들여 앨범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80㎜ 싱글 CD' 의 경우 제작비 부담이 적은데다 '최악의 불황을 극복해보자' 는 도매상들의 협조에 힘입어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게 됐다.

'인디' 의 김종휘 기획실장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가격부담이 없으므로 좋은 반응을 얻을 것" 이라고 말한다. 싱글대열에는 강아지 문화예술기획.라디오.카바레 등 다른 인디 레이블도 동참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한 달에 4~5장의 싱글CD가 출시될 예정.

싱글 시장이 본격 형성되는 것이다. 저가격 싱글음반의 장점은 한두 곡을 듣기 위해 8~10곡이 담긴 앨범을 살 필요가 없다는 점. 제대로 보급되면 기존 앨범 중심의 음반문화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히트곡만을 모은 불법복제음반이 설 땅을 잃게 된다.

이외에 음악파일 MP3와 CD자판기도 음반개념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올 주역으로 꼽힌다. 최근 파일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갖춰짐으로써 서비스가 재개된 MP3 파일은 갈수록 보편화하고 있다.

특히 음반 매장에 나가지 않아도 음악을 구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미래의 음반' 으로 떠오르고 있다. 4월부터 시중에 설치될 CD자판기는 원하는 곡을 직접 편집, 자신만의 음반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솔텔레콤에 이어 리퀴드 오디오 코리아 등이 이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들 '신개념 음악매체' 의 공통점은 곡 단위로 음악이 거래된다는 것. 이로 인해 앨범 포맷의 음반이 시장에서 '퇴출'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음악평론가 성기완씨는 "장기적으로 보면 선진국처럼 앨범.싱글.MP3 등이 골고루 사랑받는 문화가 형성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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