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이드, 2년4개월째 달리기… 세계일주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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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러시아 갱에게 총맞고, 티베트 국경에서는 중국정부 허가없이 접근했다가 스파이 누명까지 써도…그래도 난 달린다." 약간은 모자란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며 그 참된 인간미로 우리를 감동시켰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 의 주인공 톰 행크스가 실제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바로 2년3개월19일째 세계일주를 위해 달리고 있는 '러닝맨' 로버트 가사이드 (영국.32). 그가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런던의 피카디리 광장에서 긴 여정을 시작한 것은 96년 12월이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어느날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기네스북을 보다가 오래달리기 부문에는 기록이 없는 것을 보고 '포레스트 검프' 가 됐다.

가사이드는 지금까지 3개 대륙 2만5천㎞를 뛰면서 운동화 20켤레를 갈아신었다. 러시아에서는 백주대로를 달리다 갱들의 총격전으로 찰과상을 입는가 하면 티베트 인근에서는 간첩으로 오인받아 3일간 감금됐다 단식투쟁 끝에 풀려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10㎞마다 휴식하면서 사진을 찍고 밤이면 경찰서에서 달리기 확인 도장을 받고는 잠을 청했다.

가사이드는 현재 칠레에서 하루 40마일을 달리며 북진중이다. 그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입성한 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이번 달리기를 통해 2백만달러의 기금을 모아 환경보전 운동기구인 그린피스에 전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망한 사실도 모른 채 지금도 지구 한 구석에서 뜀박질을 계속하는 그는 "달리기는 내 인생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자유를 느낀다" 고 말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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