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극장.중앙도서관 정부보호막 걷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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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립' 이란 '온실' 에 안주해온 국립중앙극장과 국립중앙도서관이 바람부는 '들판' 으로 내몰리게 됐다.

정부가 지난 23일 2차 조직개편안에서 두 기관을 책임운영기관화 (Agency)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아직 국무회의 논의와 대통령의 최종결정이 남아있지만 예정대로 진행되면 두 기관은 인사.예산권을 부여받은 민간인 기관장의 지휘에 따라 험난한 자생 (自生) 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은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최종단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립중앙극장은 예정대로 책임운영기관화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중앙극장은 수익사업이 가능해 어느 정도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예산위는 책임운영기관 제도에 대해 "장관과 민간인 기관장이 계약을 맺어 사업계획과 재정목표 등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는 것이며, 조직원들의 공무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고 설명한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국가지원을 줄이려는 속셈' 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인기 (南仁基) 국립중앙 극장장은 24일 "경제공무원들이 국가 문화인프라의 근간 (根幹) 인 국립문화기관에까지 경제논리를 들이미는 것은 한심한 일"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연극평론가인 김진나 (金鎭娜)가톨릭대 교수 (영문학) 처럼 관료적인 발상으로 국립중앙극장을 운영하다 보니 국립중앙극장이 일반인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됐다며 책임운영기관화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내에서는 "기획예산위가 문화의 총제적인 꽃인 중앙도서관의 위신을 일개 '돈벌이 기관' 으로 추락시켰다" 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종단계에는 재정자립이 불가능한 기관이란 점이 고려돼 책임운영기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다.

도서관측은 책임운영기관화에 반대하는 이유로 ▶조직의 특성상 경쟁성보다는 안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성과 측정을 위한 계량적 지표 개발이 힘들며 ▶무료이용이 많아 재정자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99년 예상지출은 2백70억원을 넘는데 수입은 1억2천만원 정도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위는 두 기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뭔가 단단히 오해 하고 있다" 는 반응을 보였다.

기획예산위의 한 관계자는 "실적 평가에는 재정자립도와 같은 계랑적 방법 말고도 비계량적인 평가 방법도 있다" 고 말했다.

가령 국립도서관의 경우, 이용자 만족도나 계획했던 추진과제의 실천도 등이 비계량적 평가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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