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새벽 ‘임진강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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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강가에서 야영하던 6명이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이날 오후 2시쯤 군사분계선 인근 임진교 200m 하류 쪽에서 물에 잠긴 차량 안을 수색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물난리로 참게잡이용 어구가 모두 떠내려 가는 등 이 일대 어민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연천=최승식 기자]

6일 새벽 북한에서 댐의 물을 방류해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서 야영하던 6명이 실종됐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인근에 있는 임진강 필승교 수위는 최근 2.3m가량을 유지했으나 6일 새벽 3시부터 강물이 불어나 오전 6시10분쯤 4.69m까지 치솟았다. 임진강 수위는 6일 오후 늦게 정상을 되찾았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이날 연천군에 마련된 사고대책본부를 방문한 뒤 “6일 오전 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1시간 동안 (북쪽에서) 약 4000만t의 물이 내려왔다”며 “북한에 8월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220mm 정도의 비가 왔지만, 이번 방류는 강우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000만t은 팔당댐의 총 저수량 의 6분의 1에 해당된다.

북한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임진강 상류에 ‘4월5일댐’ 1·2·3·4호와 황강댐을 건설했다. 이 댐들의 총 저수량은 약 5억t 규모다. 북한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사전 예고도 없이 네 차례 댐의 물을 방류해 재산적 피해를 준 적이 있다. 인명피해가 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다목적댐은 태풍·홍수가 예상될 경우 공간을 비워놓기 위해 물을 사전 방류하기도 하고, 댐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물을 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대피를 위해 설치된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점도 드러났다. 권 차관은 “물이 일시 방류되면 자동으로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돼 있는 무인 자동경보 시스템이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보 시스템이 그동안 잘 작동돼 왔는데, 공교롭게도 오늘(6일) 새벽 작동이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르면 7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고 경위와 북한 측의 의도 및 대응책에 대해 논의한다.

전익진·이영종·김선하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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