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비붐' …佛 동성애 커플 자녀갖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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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파리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인 레아 (9)에게는 아빠가 없다.

대신 엄마가 두 명이다.

학교에서 가족을 그림으로 그릴 때면 레아는 오빠 조나단 (12) 과 자신, 그리고 두 엄마인 마르틴 (46) 과 파트리샤 (48) 를 나란히 그리는 일에 이제 익숙해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CNRS) 와 법무부를 각각 직장으로 두고 있는 마르틴과 파트리샤는 동거 (同居) 생활 13년째. 8년 전 아이를 갖기로 합의하고 조나단과 레아를 차례로 입양했다.

클라라와 마리 로르. 두 여성은 지난해 11월 신문 출생란을 통해 셋째딸인 제리나의 탄생을 알렸다.

"클라라와 마리 로르는 두 자매인 질리에타.뤼아나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제리나의 탄생을 알립니다. " 세 아이의 진짜 '마망' (엄마) 은 마리 로르. 인공수정으로 세 아이를 낳았다.

프랑스 동성연애 커플 사이에 아이갖기가 유행이다.

'게이비 붐 (gayby boom)' 이란 신조어 (新造語) 까지 등장했다.

여론조사기관인 BSP가 1천40명의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트에 따르면 레스비언 커플의 경우 11%가 이미 자녀를 키우고 있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5%는 장차 갖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 커플은 각각 7%와 36%가 아이를 이미 갖고 있거나 갖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6만쌍으로 추산되는 프랑스 동성애 커플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의존하는 첫번째 방법은 입양이다.

'동성애자의 자녀갖기 붐' 을 프랑스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소개한 르 몽드지는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의 걱정거리였던 시대가 끝나면서 가족구성이 이들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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