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열오페라하우스 개보수 한창…12월에 재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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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여름부터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에 들어갔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ROH)가 지난달 16일 상량식 (上樑式) 과 함께 처음으로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로열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안전 조끼와 헬멧을 '연주복' 삼아 축하곡을 연주했다.

'코벤트 가든' 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ROH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로열오페라단과 로열발레단의 보금자리. 1858년 건축가 E.M.배리의 설계로 완성된 후 공간 협소로 불편을 겪어왔다.

이번 공사로 오페라하우스 객석은 입석 65석을 포함해, 2천1백66석에서 2천2백57석으로 늘어났고 TV 생중계 시설도 갖추었다.

ROH의 변신은 객석 확장 뿐만 아니다.

그간 막대한 국고를 낭비해온 '귀족적 엘리트주의' 의 본고장이라고 비난받아온 인식도 불식시키기 위해 금년 12월1일 예정된 재개관 일부터는 입장료를 대폭 낮출 계획이다.

또 하루 종일 공연장을 개방, 실험과 교육의 장으로 사용해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게 '밀레니엄 ROH 프로젝트' 의 골자다.

30개의 무대 세트를 동시에 보관할 수 있는 백 스테이지 설비 덕분에 낮공연 (마티니) 도 가능하게 됐으며 이와 함께 4백20석 규모의 스튜디오 극장도 마련돼 점심시간을 이용한 무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발레 연습실을 겸한 2백석짜리 스튜디오는 실내악.독창회 등 소규모 공연과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된다.

ROH의 메인 로비는 복원된 '플로랄 홀' 이 맡게 된다.

플로랄 홀은 빅토리아 왕조풍의 반원형 철조 건물로 1860년 설계돼 밤에는 댄스홀로, 낮에는 꽃시장으로 쓰였던 런던의 명소. 1956년 화재후 방치된 채 ROH의 무대 세트 창고로 써왔던 곳이다.

새로운 단장을 통해 이곳에 관객들이 와인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바가 들어서고 아래 층에는 매표소.커피숍.물품보관소가 자리잡는다.

ROH는 예산 충당을 위해 현재 콜리세움 극장에 상주하고 있는 영국 내셔널 오페라단 (ENO) 도 받아들여 로열오페라단.로열발레단과 함께 '한지붕 세가족' 을 이룬다.

재개관 기념 페스티벌은 12월1일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이 출연하는 개관 공연을 시작으로 6일 베르디의 '팔슈타프' (지휘 하이팅크.주연 브라인 터펠) , 10일 리게티의 '대학살' (지휘 에사 페카 살로넨) , 27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부부 콘서트, 31일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등으로 이어진다.

런던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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