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위장성 피랍으로 러-체첸 짙은 전운 감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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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 연방 자치공화국의 하나인 체첸에서 최근 러시아 내무부 고위장성 1명이 피랍,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국경지대의 경비를 강화하고 체첸 주재 러시아 관리들을 철수하자 무력충돌 등 '제2의 체첸사태'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일고 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총리는 입원 중인 옐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0일 (이하 현지시간) 내무부.국가안보위 등 관련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했다.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납치된 겐나디 슈피군 장군 석방과 관련된 정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스테파신 러시아 내무장관은 7일 "체첸 정부가 8일까지 범인색출 등 사태해결을 이루지 못할 경우 러시아는 체첸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치.경제적 제재는 물론 군사작전도 단행할 것" 이라고 N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고했다.

슈피군 장군은 러시아 내무부의 대 (對) 체첸정부 고문. 지난 5일 그로즈니 공항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복면을 한 무장괴한 5명에게 납치됐다.

지난해 5월 납치됐다 풀려난 발렌틴 블라소프 대통령특사 이후 체첸에서 피랍된 러시아 관리로는 최고위급이다.

현재까지 납치범들로부터는 아무런 요구도 없는 상태다.

반면 다닐베크 탐카예프 체첸 대통령보좌관은 이번 납치사건이 지난달 기차역 폭파 혐의로 러시아에서 기소된 두 체첸 여성을 석방시키기 위해 강경파 군벌 살만 라두예프의 부하들이 저지른 소행이라고 말했다.

또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은 "변절된 군인과 범죄인 등을 선동, (체첸) 정권을 장악하려는 일부 러시아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 는 주장도 펴고 있다.

여전히 독립을 포기하고 있지 않은 체첸 정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바사예프 전총리는 자신의 연루설을 강력 부인하면서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국가평의회를 통해 체첸 전군에 1급 전투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 양측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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