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비상사태 선포…중남미 경제 다시 '비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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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에콰도르가 9일 (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데 이어 브라질 사태도 혼미를 거듭하는 등 중남미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2만명의 군.경을 동원해 총파업에 대비하고 있으나 북부 지역에서 이미 시위대 2명과 경찰 2명이 숨지는 등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경제위기는 콜롬비아.멕시코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 에콰도르 = 하밀 마우아드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총파업 위협이 계속되는 등 국가불안이 계속돼 향후 60일간 경제극복을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다" 고 발표했다.

에콰도르는 또 지난 8일 시작된 은행폐쇄 조치를 11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콰도르 통화인 수크레화의 거래도 자동 중단되는 등 에콰도르 경제가 마비 상태를 보이고 있다.

마우아드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언에는 국가기간시설 보호를 위한 군병력 동원과 공공집회 금지.노동자의 현장복귀 명령도 포함됐다.

에콰도르가 이같은 혼란에 휩싸인 것은 50년만에 최악으로 평가되는 경제위기 때문. 국가재정의 주 수입원인 석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진데다 홍수피해가 무려 26억달러에 이르고 인플레도 지난해 50%를 기록한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세수증대 및 국민들에 대한 연료보조비 지급중단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했으나 좌익계열의 노조 총연합이 국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된다며 이에 반발해 10, 11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수크레화의 대 달러 가치는 8일 현재 1만2천5백수크레로 지난 1주일 사이에만 26% 떨어졌으며, 연초의 5천1백39수크레에 비해선 42%나 하락했다.

달러 유출도 심각해 올들어 외환보유고의 15%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고 에콰도르 정부가 밝혔다.

국제금융계는 에콰도르가 1백60억달러의 외채에 대해 디폴트 (채무불이행) 를 선언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 브라질 =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이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레알화는 지난 1일 달러당 2.15레알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지난 1월 1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도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9일 현재 달러당 1.90레알로 다소 회복했지만 현 위기상황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태세다.

막대한 재정적자도 골칫거리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 단기국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메우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현재 40%에 달하는 단기금리가 또 오를 것이 뻔하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실업률은 16년만에 최고치인 20% 수준이다.

무역규모의 30% 이상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도 금리인상과 대 브라질 수출감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 멕시코 =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국제통화기금 (IMF) 이 90억달러에 이르는 예비적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첫 수혜대상으로 멕시코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돼 구제금융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겠다는 뜻이다.

최형규.김현기.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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