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보고서 내달초 제출] 정부 비공식채널 가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0일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과의 9일 면담에 대해 "대북정책에서 큰 획을 그었다" 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당국자들은 페리 보고서에 담길 '로드 맵' (대북정책 접근지도)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페리는 서울에서 "포용정책을 바탕으로 포괄적 접근으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야 한다" 며 金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무게를 실어주었지만, 보고서의 최종 윤곽은 아직 불투명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페리는 워싱턴에 돌아가는 대로 자신의 특별보좌관인 애슈턴 카터 (전 국무부 부차관보) 등과 본격적인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

대략 이달 말이나 4월초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의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왜냐하면 클린턴 행정부가 5월말까지 의회에 북한의 핵.미사일 의혹을 확인해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페리의 방한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단계 절충에 들어갈 작정이다.

페리 보고서의 방향을 우리 쪽으로 확실히 묶어 두기 위해서다.

패트릭 휴즈 미 국방정보국 (DIA) 국장이 10일 방한한 것은 북한정세의 미묘한 대목에 대한 양국간 공감대를 넓히는데 초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북한이 포용정책을 외면했을 때의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다듬고 있다.

강경분위기로 치닫고 있는 미 의회를 감안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사태에 이를 경우, 군사적 '제재' 가 아닌 북한과 상대 안하는 '무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 자체의 햇볕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10일 통일부와 국민회의의 당정협의회에서 남북한 상호주의를 탄력적으로 적용, 먼저 비료.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