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 창조적 '사고훈련'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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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9학년도 입시는 논술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가 발표한 올 입시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낮은 점수의 학과와 높은 점수의 학과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전적으로 논술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

높은 수능점수를 얻었다 해도 논술을 잘 치르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으며, 거꾸로 수능성적이 높지 않더라도 논술을 잘 치러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에 국한됐던 논술은 이제 고교 교육과정에도 도입되는 등 교육과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잡게 됐다.

올해 고교 1년생부터 학력을 평가하는데 논술 및 서술형을 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 학습도 과거처럼 학생이 수능시험이 끝나고 단기간 몇가지 주제를 암기하는 방식으로는 어려움이 따른다.

교사들도 논술준비를 학생들에게 맡기거나 입시학원에서 배우도록 방치할 수 없게 됐다.

논술이 마치 하나의 과목으로 인식됐던 과거처럼 국어교사에게만 떠넘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젠 모든 교사들이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교육방법도 바꿔야 할 때다.

지금까지 학생과 함께 암기식 교육에 익숙한 교사들로서는 많은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교사나 학생 모두 학습방법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단순히 교과서적의 지식을 암기하는데 그쳐서는 곤란하며 교사들은 폭넓은 관련 자료를 제공해 학생들이 다양한 생각과 읽을거리를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들 자료를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료들을 읽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논술을 쓰는 출발점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고 글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또 여러 글을 읽고 분석해 봄으로써 자신의 논지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다양한 토론을 교육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논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토론이 과거 암기식 교육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과거의 교육기준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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