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상 알려면 과학을 깨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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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의 과학으로 세상 보기
양형진 지음, 굿모닝미디어, 256쪽, 1만원

1년에 서너차례 환상의 우주쇼를 연출하는 유성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긴 꼬리를 그으며 쏟아지는 유성우를 보며 감탄만 한다면 반쪽만 본 것이다. 그 순간이라도 물리학자의 눈으로 유성우를 바라보면 사색의 바다를 거닐며 더욱 깊은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유성우의 알갱이는 인스턴트 커피 알갱이와 크기나 무르기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밤에 인공위성에서 모래를 몇 포대 뿌린다면 역시 유성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공 유성우인 셈이다. 우주 어느 곳에 모래 알갱이만한 것들이 잔뜩 모여 있다가 지구가 다가가자 지구의 중력에 끌려 우리에게로 쏟아지는 것이다.
저자 양형진 교수는 고려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양형진의 과학으로 세상 보기』는 물리학자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을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유성우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이나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고, 달이 지구를 돌고 있는 것도 만유인력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테마마다 사색의 장을 펼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중앙일보에 저자가 2년여간 연재했던 칼럼을 보완해 엮은 책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관련 글인 ‘상대론과 일수사견(一水四見)’을 보자. 갈릴레이의 고전상대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고 보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은 100인100색으로 다 다르다는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교의 일수사견을 말미에 붙여 세상의 이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같은 물이라도 천상의 사람이 보면 유리로 장식된 보배로 보이고, 인간은 마시는 물로, 물고기는 사는 집으로, 아귀는 피고름으로 본다’는 것이 일수사견이다.

양 교수는 글 곳곳에 이 같은 불교 사상을 즐겨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서적처럼 일부러 종교색채를 내려는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않는다. 우주의 순환과 지상의 삶·죽음이 한 궤에 있다는 것이나, 물체의 본성을 설명하면서 ‘변치 않는 본성이 없는 존재자들이 인연의 화합에 의하여 세계를 형성해 간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를 든 것 등이 한 예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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