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정부조직개편 공청회] 쟁점별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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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일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비한 정부운영 및 조직개편 공청회' 에서는 과감한 혁신을 주장하는 의견과 함께 의심스러운 사안에 대해서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보수적 방안도 제시됐다.

'작은 정부' 를 지향해 운영시스템에 치중했다는 기획예산위원회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직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수요자 위주의 기능조정이 미흡하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경제정책 조정기능]

이날 토론의 초점은 역시 예산의 칼자루를 어느 부처에 쥐어줄 것인가에 집중됐다.

경제위기가 해소됨에 따라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으면서 거시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내각이 경제정책을 총괄한다는 방안은 대체로 동의를 얻었다.

재정경제부가 신설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맡아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방안에도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를 비롯해 9명의 토론자들은 기획예산위원회에 예산청을 붙이자는 견해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조교수는 "개혁을 주도하는 조직은 실직적인 권한을 가져야 하며 이 수단은 바로 예산배정권" 이라고 말했다.

산적한 개혁작업의 추진을 강하게 채찍질할 수 있도록 예산이란 수단을 기획예산위원회에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경석 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재경부의 강화는 관치경제의 부활을 초래하기 때문에 기획예산부의 강화가 옳다" 며 "지금은 개혁이 필요할 때"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여전했다.

우선 예산청을 재경부 소속으로 개편한지 1년밖에 안됐는데 다시 뜯어 고친다면 정책의 일관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박종규 한국특수선 회장은 "기획예산위원회는 정부개혁을 지속하면서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사무국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 말했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위기관리 기능을 위해 예산과 경제정책을 통합해야 한다" 며 "불확실하게 개혁할 바에야 현재 방안을 유지하는 게 좋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대다수 토론자들은 재경부가 금융기관 인.허가권과 감독규정 개정권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겨 금융감독의 일원화가 완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당수 토론자들이 재경부의 기능을 줄이고 기획예산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나타냈지만 과연 예산이나 금융 등의 수단을 갖지 못한 경제정책조정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산업.과학기술 정책]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 3개 산업.기술 분야를 산업기술부로 통합하자는 방안에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업무와 투자가 지나치게 중복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합칠 경우 자칫 전문성이 크게 훼손돼 오히려 창의와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양대 조창현 교수는 "독자적인 특성과 전문성이 있는 만큼 현행대로 유지하고 조정같은 미세작업은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 해결해야 한다" 고 밝혔다.

정보통신 기술을 21세기 개발산업으로 내세운 정부가 정통부를 없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일수 교수는 "정보화.신지식 중심의 사회가 되는 21세기에는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가도록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합리적" 이라며 "각자에게 몫을 줬을 때 오히려 최대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자부와 중소기업청의 역할 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박종규 한국특수선회장은 "산자부가 갖고 있는 집행업무는 중소기업청 등 수요 부처에 떼줘야 한다" 며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장이 국무회의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고 주문했다.

서경석 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중소기업청의 지위를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복지기능]

중복된 업무영역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는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고성장.저실업 시대에서 저성장.고실업 시대로 진입하면서 노동부의 실업자 지원기능과 복지부의 취약계층 지원기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보험.산재보험.의료보험.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이 통합되는 만큼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재창 숙대 교수는 장애인.노인.아동.여성근로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여러 면에서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 "사회복지 부문을 강화하려면 복지노동부로 확대개편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노동부와 복지부에 집행기능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경석 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노동부와 복지부의 통합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노동과 복지가 일관된 시각에서 추진돼야 더 효율적이며 수요자 중심의 노동.복지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일수 교수는 "각 부가 취하는 입장이 다르므로 통합해서는 안된다" 고 진단했다.

노동부와 교육부의 경우 재취업 훈련에 각자 접근하는 입장이 다르므로 양쪽의 서로 다른 접근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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