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따라 '음지가 양지로'땅 투자판도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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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민정부들어 토지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양지가 음지로, 음지가 양지로 탈바꿈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민정부 시절에 마련된 주요 개발사업들이 사업주체의 자금난.개발순위 재조정 등으로 대량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땅값이 크게 하락하는 반면 신 정부 공약 개발사업 지역은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면서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와 아랑곳 없이 투자열기가 뜨겁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일부 부동산업자들은 신 개발지 땅을 대량 확보, 투자 설명회 또는 전화 세일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웃돈을 붙여 되파는 투기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한 개발사업도 여건변화에 따라 취소.연기되는 일이 종종 벌어져 신중한 투자자세가 필요하고 특히 장기 민자유치사업은 요주의 대상" 이라며 "특히 지자체들도 재정자립을 위해 실현 여부를 감안하지 않고 개발계획을 난발하는 실정" 이라고 경고했다.

◇ 사업 불투명지역 = 현대제철소 조성 계획으로 한때 땅값이 크게 뛰었던 경남 하동군 금석면 갈사만 일대는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땅값이 크게 떨어졌다.

하동군 금석면 관계자는 "제철소 조성이야기가 나올 당시 평당 20만원선까지 치솟았던 농지가 10만~15만원으로 하락했고 임야도 5만원으로 종전보다 절반가량 떨어졌다" 고 말했다.

스키장.골프장 등 사계절 관광단지 조성이 추진됐던 경남 함양군 서하면 다곡지구도 사업 불투명으로 땅값이 폭락했다.

서하면 관계자는 "당시 평당 10만원선이던 논.밭이 3만~4만원으로 하락했고 임야도 5천~1만원에서 3천~5천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거래는 거의 중단된 상태" 라고 전했다.

또 골프장 건설이 추진됐던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안봉지구 사업 등도 거의 백지화된 상태고 거제시 장목지 해양위락단지 조성도 사업업체의 자금난으로 무산 위기에 놓여있다.

태백.정선 등 강원도 폐광지대 개발사업과 서울~춘천 동서고속도로 등도 민자유치 부진으로 사업추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부동산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

◇ 신 개발 예정지 = 장기간 침체상태에 빠져있던 제주도는 정부의 국제자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토지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국제 관광단지 조성권역인 성산.중문일대 땅 투자가 활발하다.

성산권의 경우 97년 3만~4만원수준이던 인기지역 준농림지가 6만~7만원으로 올랐다.

국민정부 들어 대표적인 신 개발지로 꼽히고 있는 목포권은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의 발길이 분주하고 특히 최근 광주.목포권 광역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서울 부동산업자들의 땅투기가 극심하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일대는 관광단지 조성계획에다 2002년 꽃박람회 개최까지 맞물려 부동산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있으며 강릉역 이전 예정지인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금광리 일대도 지난해 외지인의 땅 매입 붐이 일었 던 곳. 근래 개발설이 나도는 경기도 접경지역도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이다.

◇ 투자 가이드 = 택지예정지구 등 공공기관 추진사업은 신빙성이 있지만 민간 투자유치 사업은 일단 주의해야 한다. 민자유치가 계획대로 안돼 취소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역개발계획.낙후지역 개발촉진계획 등도 사업기간이 길고 대부분 민자유치로 추진돼 전망이 불투명하다.

최근 확정된 광주.목포권 광역개발계획의 경우 2011년까지 추진되는 장기사업이어서 앞으로 변수가 많다. 무안군 운남면의 운남부동산 모기선 사장은 "개발이 언제될지도 모르는데 서울 부동산업소들이 땅을 사려고 야단인데다 평당 3만~4만원 수준인 준농림지가 서울에서 7만~10만원에 팔리고 있다" 고 말했다.

사업계획이 확정됐다가 백지화되는 일도 많아 부동산업자들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볼 소지가 많다.

민간기업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개발계획이 관련 지자체 등의 공식사업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장기개발 구상이 당장 시행하는 사업으로 호도되는 경우도 흔해 잘 체크해봐야 한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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