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인터뷰] 개그맨 남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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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개그맨 남희석 (28) 의 인기가 상한가다. 고정적으로 진행하는 프로만 3개. SBS '좋은 친구들' 과 '남희석.이희재의 멋진 만남', KBS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등. 웃을 때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실눈에, 얼굴에는 주름살이 줄줄이 생겨 별명은 '하회탈'. 91년 5월 KBS 대학개그제 1기로 입문한 이후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다.

- 인기가 대단하다.

"세상이 좋아진 것 같다. 충청도 출신이라 처음에는 말이 느려 적응하기 힘들었다. 개그맨들은 말이 빠른 편인데. 처음엔 속도가 쳐진다고 핀잔도 많이 들었다. "

- 매력을 자평한다면.

"시청자층이 두텁다. 젊은이부터 노년층까지 저항감이 적다. 촌스런 얼굴이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예전부터 패션.유행과 등에 거꾸로 가려고 했다.

머리염색도 꺼려 했다. 그게 오래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

- 정신없는 세상에 대한 반사이익은 아닌지.

"개그라고 억지로 웃길 필요는 없다. 단지 가볍게 '헤헤' 웃게 하면 된다.

선배 개그맨 김국진을 보라. 순수한 얼굴과 선량한 분위기로 정상을 달리고 있다. IMF로 각박해진 시청자들에게 여유를 선물한다고 본다."

- 개그맨인지 사회자인지 애매하다.

"스스로도 불만이다. 하지만 정통 코미디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시대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오락프로의 버라이어티화는 세계적 대세다. 그러나 짜증도 많이 난다. "

- 무슨 말인가.

"좋은 개그맨이 나올 수 있는 풍토가 아니다. 방송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코미디도 사회.문화 캠페인성이 너무 강하다. 자연스런 웃음이 버텨나갈 공간이 없다. 코미디가 해프닝.말장난으로 흐르며 뒤로 가는 느낌이다. "

- '어른들' 탓인가.

"그렇다. 복장.소재 등 제한이 심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유를 부르짖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의 장점도 수수함이니까. 밤무대를 고사해온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방송의 계도성도 인정하지만 속시원한 웃음이 실종됐다. 갑갑하다. "

- 코미디계는 책임이 없나.

"인정한다. 특히 몰래 카메라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남을 제물로 삼는 웃음은 건강하지 않다. 일본식 이지메 문화는 차단해야 한다. "

-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

"바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소개해 가요프로에 나왔다가 사라진 팀도 1백개가 넘는다. 최양락.서세원 등 선배들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먹겠다.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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