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수석 발탁 배경] 정책조율.홍보강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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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를 단행했다.

사회복지수석의 분리 등 직제개편에 맞춰 정책기획수석을 교체한 것. 김태동 (金泰東) 수석의 교체설은 오래 전부터 간간이 흘러나온 것이지만 후임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신임 정책기획수석은 국민회의 김한길 의원. 정책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배경 등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일목요연하다.

우선 정치감각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최근 일련의 국정 혼선에서 이 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특히 전임 김태동 수석의 결점은 바로 정치감각 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정간 정책조율에 문제가 있었다.

부처 정책간의 조정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둘째는 홍보기능의 강화.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이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홍보 전문가를 기용케 됐다" 고 설명했다.

金실장은 이날 홍보의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했다.

국민연금 파문과 관련해 金대통령도 홍보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김한길 수석은 당 대변인 출신으로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인물. 이에 따라 청와대는 정무수석실 산하의 국정홍보비서관도 정책기획수석실로 이관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김한길 수석 기용의 의미가 모두 설명되진 않는다.

이면의 다른 사연, 특히 여권 내 역학관계 등을 감안해야 이해가 간다.

김한길 수석은 동교동 그룹 내에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은 인물이라는 게 정설. 그러면서도 권노갑 (權魯甲) 고문 등 여러 사람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다.

적절한 거리와 친분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신 (新) 실세 그룹을 대표하는 김중권 실장으로선 가장 필요로 하는 유형일 수 있고, 그것은 곧 金대통령의 필요이기도 하다.

더불어 청와대 수석간 '힘의 균형' 에도 김한길 카드는 적절하다.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 기용에 이은 힘의 재분배다.

대 (對) 정치.언론과의 관계에서 박지원 (朴智元) 공보.김정길 정무.김한길 정책기획의 삼두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나름대로 모두 특장이 있고, 적절한 견제도 가능해 서로의 결점 보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비서실장으로선 많은 짐을 던 측면도 있다.

金대통령은 그 점까지도 생각한 듯하다.

청와대를 일사불란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자칫 문제점을 야기할 소지도 다분하다.

과잉경쟁의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어찌됐든 金대통령은 새로운 인사실험을 시작했고, 이어질 당정 개편에서 대통령의 의도는 보다 분명해질 것 같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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