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나눔의 기쁨 맛보려 … 자비로 만들어 노인정 8곳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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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빵을 동료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즐겁습니다.”

후평6단지 노인정 한 구석에서 빵을 만들어 인근 노인정에 돌리고 있는 김교환씨.

1일 오후 춘천시 후평2동 주공아파트 6단지 노인정 한쪽 구석에서 김교환(80·후평동 주공7단지)씨가 단호박을 넣은 빵을 만들었다. 김씨가 이날 만든 빵은 35개로 6단지 노인정에 있던 노인들과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나눠줬다. 현대5차 아파트 노인정에도 전달하려 했으나 노인이 없어 이웃 주민에게 돌렸다.

김씨가 빵을 만들어 노인정에 돌리기 시작한 것은 3년여 전. 자녀들이 성장해 출가하고, 연금과 고엽제 피해보상금 등으로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자 자신의 빵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보람 있는 노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1966년 백마부대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김씨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다리가 약간 불편하다. 빵 만드는 기술은 1975년 군(軍)에서 제대한 후 배웠다. 김씨는 후평동 버스 종점 인근과 서울 사당동 등에서 20년 정도 제과점을 운영했다.

김씨는 부인 몰래 기계를 구입, 자신이 살고 있는 7단지 노인정에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12시30분쯤 빵 만들기를 시작, 오후 3시 정도에 간식용으로 노인정에 전달하고 있다. 빵 만드는 것이 부인에게 알려져 기계를 처분하고 중단하기도 했지만 빵 나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기계를 구입하고, 장소를 두 번이나 옮겨 계속 빵을 만들고 있다.

빵 나누기 대상도 확대했다. 처음 1개 노인정에서 현재는 한신2단지 등 8개 노인정으로 늘었다. 먼 곳은 김씨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배달한다. 노인정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빵을 전달하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 작업한다. 한번에 40개 내외의 빵을 만드는 재료비는 5000원 정도로 한 달에 7~8만원이 든다. 고엽제 피해 보상금 일부로 해결하고 있다. 6단지 노인정 회장 이경년(82·여)씨는 “김씨의 빵은 맛있고 빵 굽는 날에는 구수한 냄새로 노인정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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