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마샤오춘-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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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착각은 未必的 고의

제8보 (139~158) =백△ 두점은 흑의 사냥감이 아니다. 이창호는 이 두점을 압박해 중앙의 구획을 흑이 유리한 조건으로 확정지으려 할 뿐이다.

139 밀고 141 꼬부린다. 동네기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하수의 행마. 검토실이 이런 수순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느려터진 141이 최강의 압박수단이 되고 있다.

마샤오춘9단의 이마가 일그러지고 있다. 자세도 옆으로 삐딱해졌다. 그는 이 빈삼각의 둔하디 둔한 141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형세는 긴박해 한발만 물러서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는 것을 마샤오춘도 잘 안다. 그런데 141은 아주 약소하지만 확실한 후퇴를 강요하고 있다.

142 달아나자 143.이 수로 백집은 계산서에서 한집쯤 줄어들었다. 피를 말리는 한집. 그 다음 145로 밀었을 때 馬9단은 아마도 억제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옥쇄를 결정했던 것 같다. 그냥 늘면 살 수 있는데도 그는 146으로 젖혀버린 것이다.

147로 끊어 마지막 싸움터다. 148때 흑이 '참고도' 1에 그냥 이어주면 백8까지 흑이 잡힌다. 그러나 149로 먼저 모는 수가 있어 이 싸움은 아주 싱겁게 끝났다.

155에 이르러 백△ 두점은 넉점이 되어 잡혔다. 馬9단의 착각이라고 말하지만 법률용어로 한다면 '미필적 고의' 가 분명히 느껴진다. 역시 돌은 수가 아니라 형세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넉점의 사망으로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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