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지난달 이라크서 후세인 비밀 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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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주간지 알우스부아 최신호에 단독 보도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무장관 간의 면담 내용. ‘후세인은 이라크를 파는 것을 거부했다’라는 제목이다. 3면 전체를 할애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사담 후세인에게 '이라크 저항 세력을 설득해 주면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이집트 주간지 알우스부아가 2일 보도했다. 럼즈펠드는 4월 12일 하루 일정으로 이라크를 깜짝 방문하는 동안 바그다드 인근의 국제공항에 있는 미군 교도소 캠프 크로퍼에 수감 중인 후세인을 만났다.

다음은 럼즈펠드와 후세인 간의 대화 요약.

▶후세인(차갑게):"왜 왔나? 뭘 원하나?"

▶럼즈펠드:"과거는 이야기하지 말자. 제안이 있어 왔다."

▶후세인(비꼬듯이):"모든 것을 사과하고 점령을 종식하겠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대량살상무기는 찾았나?"

▶럼즈펠드:"아직 못 찾았다. 곧 찾을 것이다…. 제안을 말하겠다. 테러에 관해서다. 당신의 사람들이 우리와 이라크인들을 살상하고 있다. 당신이 나서 주어야겠다."

▶후세인:"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럼즈펠드:"TV에 나가 테러를 비난하고 당신 사람들에게 저항을 중단하도록 지시해 달라. 그러면 당신은 이곳에서 석방돼 원하는 어느 국가로든 갈 수 있다."

▶후세인:"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나?"

▶럼즈펠드:"그렇다. 대통령.부통령.외무장관.CIA 국장과 합의한 사항이다."

▶후세인(웃으며):"좀 약한데. 추가 제안은 없나?"

▶럼즈펠드:"가족과 결합하게 해주고 자금을 후하게 지원하겠다. 망명지에서 당신과 가족의 신변을 보호해 주겠다."

▶후세인:"내 조건을 듣고 싶나? 우선 미군의 철수 일정을 말해라. 아니다. 당장 철수해라. 둘째, 당신들이 체포한 이라크인들을 모두 풀어주라. 셋째, 1991년 전쟁 이후 목숨을 잃은 이라크인들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라. 넷째, 미국 군인들이 이라크 국고에서 훔쳐간 돈을 돌려달라. 다섯째, 당신들이 훔쳐간 위대한 이라크 문화재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마지막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했다면 그 무기와 미군이 지금까지 죽인 국민의 목숨을 돌려달라."

▶럼즈펠드:"지금 장난하고 비꼬는 것인가?"

▶후세인:"비꼬는 것이 아니고 진실이다."

▶럼즈펠드:"나의 제안은 역사적인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당신은 지금 흘리는 엄청난 피의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이다."

▶후세인:"역사적 책임을 질 당사자는 당신들이다. 현재의 저항과 테러도 누가 야기했나. 저항은 당연하다. 당신들은 우리의 고귀함을 짓밟았다.굴욕보다는 죽음이 낫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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