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생보사 완전 감자후 해외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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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부실 판정을 받고도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6~7개 생명보험사가 이달중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빠르면 3월초께 완전 감자 (減資) 후 해외매각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8일 빚이 자산을 초과하는 생보사들에 대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하고^자본금을 완전 감축한 뒤^정부 출자후 해외매각키로 하는 부실생보사 구조조정 방침을 마련, 오는 3월까지 부실생보사 정리를 일단락할 예정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보험사는 주인이 있는 금융기관인 만큼 정부의 재정지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부실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대해 충분한 손실부담을 요구한다는 게 정부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감위는 현재 실시중인 부실생보사 특별점검을 24일까지 마치고 실사결과에 따라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인 보험사들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대주주들에게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란 것은 경영을 잘못해 보험 가입자들 돈까지 까먹었다는 얘기" 라며 "따라서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경영권 박탈은 물론 고의적인 잘못이 드러날 경우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방침" 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7개 조건부승인 생보사들의 지난해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은 ▶두원 - 33.7% ▶국민 - 19.9% ▶조선 - 19% ▶한덕 - 17.3% ▶한국 - 16.8% ▶태평양 - 17.6% ▶동아 - 20% 이하 등으로 집계됐으며 이행각서를 제출했다가 기한내에 이행을 못한 한성생명과 한일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각각 - 13%, 3.9%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이달중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인 8개 생보사에 대해 부실금융기관 판정 및 대주주의 경영권 박탈 조치 등을 내릴 예정이다.

금감위는 그러나 "대주주가 충분한 손실분담을 할 경우 독자회생을 허용해줄 방침" 이라고 밝혀 현대.LG그룹이 각각 사실상 지배주주인 한국.한성생명의 경우 모그룹이 부실을 떠안는 조건으로 그룹 계열사에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생보사들의 경우 대주주나 모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적어 대부분 해외매각될 전망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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