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의료봉사단 2백여명 5달째 1천명 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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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6일 오전 11시 동작구 흑석2동 한가람교회. 소형화물차에 실려온 초음파기.물리치료기.심전도기.침상 등 각종 의료용구들이 교회 안으로 속속 들어왔다.

예배당 안에 이들 기기들이 적당한 위치에 배치되고 내과.산부인과.물리치료실 등 푯말까지 붙으니 교회는 어느새 그럴듯한 종합병원이 됐다.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의료봉사단이 한 달에 두 번 토요일마다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 펼치는 순회무료진료소. 이날도 토요일 병원근무를 끝낸 의료진들이 오후 1시부터 1백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이들 의료봉사단이 결성된 것은 지난해 10월. 단장 역할을 하고 있는 신경외과 신원한 교수가 '의사로서 누리는 혜택을 어려운 이웃과 나눠야겠다' 는 생각에 몇몇 교수들과 봉사활동을 의논한 것이 출발이었다.

그 후 총 1백여명의 교수중 36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동참한 것을 비롯해 간호사.약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 병원 직원1백97명이 줄지어 참여했다.

그동안 봉사단이 10차례에 걸쳐 저소득층 동사무소나 노인정.보육원 등을 찾아다니며 보살펴준 환자수는 줄잡아 1천여명. 단순 치료 뿐 아니라 자궁암 검사.간기능 검사까지 실시했다.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 4백여명의 환자에게는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순천향병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특히 백내장 환자들에게 무료수술을 해준 것은 봉사단의 가장 큰 보람. 수술비 50만~70만원이 없어 앞 못보는 신세가 되는 이들을 위해 봉사단에서는 후원금까지 거뒀다. 친구.친지들을 동원에 모은 후원금은 현재 1천만원을 넘어섰고 병원에서도 한쪽 눈 수술에 25만원만 내면 되도록 배려해줘 현재 3명이 무료수술을 받았다.

대기중인 17명의 환자도 곧 수술을 받을 예정. 지난달 19일 백내장수술을 받은 전용준 (56.양천구신정동) 씨는 "양쪽 눈이 실명상태라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았는데 이제 새 삶을 찾게 돼 기쁘다" 며 의료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봉사단은 백내장뿐 아니라 사시.언청이.탈장 등 수술만 받으면 되는데도 경제사정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환자들에게 무료수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바램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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