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현장체험 '언젠가는…'펴낸 신동헌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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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PD는 현장을 먹고 산다. 현장은 그들의 피요 살이다. 해서 PD들이 현장체험을 책으로 묶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KBS제작단 신동헌 부장 (47) 의 '신PD는 언젠가는 농촌간다' (도서출판 시네포럼) 는 다르다.

그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은 농촌 취재 체험을 농축한 까닭이다. 지난해까지 5년여 동안 돌아다닌 지역은 전국 방방곡곡. 제주도를 포함해 그의 발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군단위든, 읍단위든, 면단위든. 문화.교양프로에 취해있던 그를 '농심 (農心)' 에 빠지게 만든 프로는 '맛따라 길따라' 와 '농업도 경영이다' .애벌레가 변태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로 비상하듯 그는 논길.밭길을 답사하며 새롭게 개안했다.

누구나 무시했던 농촌의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이다. 그는 "농촌은 감동이다" 고 단언한다. 하지만 목가적 음풍농월이 아니다. 바로 지금 농촌에서 일어나는 격변의 물결에 흥분한다. 그것도 돈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신PD는 발상의 전환과 과학적 영농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현장사례를 낱낱이 보고한다. 꽈리고추.굼벵이.자생화.고랭지 배추.산두릅.자라.붕어 등등. "농촌은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제눈에 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요. 무엇보다 농촌에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21세기는 생명산업이 부상할 것입니다. 예전에 DDT로 죽여댔던 배추벌레가 돈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실 나비축제를 준비하던 에버랜드측이 팔당댐 인근 유기농가로부터 배추벌레를 구입하지 않았습니까. " 최근 늘어나는 도시인의 귀농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작목을 잘 골라야 해요. 남들이 돈 좀 만진다고 뛰어들면 실패하기 십상이죠. 자기 취미.적성.체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미꾸라지 양식에 빠지면 되겠어요. " 그의 종착지도 농촌이라 했다.

현업에서 물러나면 작은 웅덩이가 있는 논을 구해 도롱뇽.물방개 등을 키우겠다고 했다. 아이들 생물교재로 돈이 된다는 것. 한 곳에 미치면 역시 프로가 되나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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