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치에 눈뜬 ‘2030 영파워’ … 내일 일본이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8일 일본 사이타마(埼玉)에 있는 인물 가면 제조사 ‘오가와 스튜디오’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의 가면을 만들고 있다. 업체는 30일 열리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가면 판매 매출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은 개당 2000엔. [사이타마 로이터=연합뉴스]

“돈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낫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23일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청년들이 “구직난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고 물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소의 발언은 고충을 공감한다는 취지에서 나왔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많은 젊은 층과 이들의 부모들에겐 다시 한번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장기 집권한 자민당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이 일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가운데 특히 그동안 선거에 무관심하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 일본을 건설하자’는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많은 젊은이가 “선거 무관심이 자민당의 무능 정치를 장기화시켰다”고 반성하면서 거리로 나서 젊은 층의 투표를 종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 당시 20대의 투표율(36%)은 60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올해는 ‘20대가 투표에 당연히 참가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표로 내세운 대학생들의 선거 캠페인 모임 ‘ivote’가 지난 4월 출범했다. 이들은 ‘8·30선거에 꼭 참여하겠다’는 약속 캠페인을 벌였다. 현재 1148명이 공개적으로 투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임의 대표인 하라다 겐스케(原田謙介·도쿄대 법학부 3학년)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을 돌며 선거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표율도 매우 높아질 전망이다. 총무성이 24일 중간 집계한 부재자투표 참여자는 2005년의 1.5배인 305만 명이었다. 28일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1%로 종전 선거의 78%보다 높아졌다. 이날 마이니치(每日)신문 조사에서는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4%로 자민당의 21%를 크게 앞섰다. 젊은 층이 ‘새 일본 만들기’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젊은 층의 변화는 더 이상 낡은 자민당 방식의 통치 모델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28일 발표된 일본의 완전 실업률(5.7%)은 최악의 상태를 기록했다. 인원으로는 359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층이다. 젊은 층의 정상적인 사회 참여 좌절은 자살 증가 등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지난해 자살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여섯 배인 3만2249명으로 사상 최대”라며 “올해는 경제 악화로 이미 지난해보다 많아졌다”고 보도했다.

고장 난 자민당이 헤매는 동안 민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선 자민당의 60~70대 정치인에 맞서 40~50대 신진 정치인을 내세웠다. 선거 전략도 아동수당 매년 31만 엔 지급 등 ‘국민 생활 중시’를 내워서 젊은 층과 서민층, 고령자에게 두루 먹히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