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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화합형 정계개편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일 마산 MBC 회견을 통해 밝힌 '동서화합형 정계개편 추진' 발언은 정가를 회오리에 몰아넣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언은 한나라당이 '여권의 정계개편 의사 철회' 를 여야총재회담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시점에 표출됐다는 점에서 파장을 더해갈 것 같다.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을 '야당말살 행위' 로 규정하고 있어 여야의 대치는 갈수록 첨예화할 전망이다.

이날 여권은 金대통령의 발언이 동서화합과 정국안정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원론적인 언급에 불과하다며 조기 진화에 주력했다.

일단 야당의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발언은 정당명부식 투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을 통해 여야 모두가 전국정당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 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당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이 어떻게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언급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감정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라며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야당의 장외집회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라는 의미도 있다" 고 밝혔다.

국민회의의 반응도 비슷했다.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은 "인위적 정계개편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국회.정당.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것" 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예컨대 정당명부식 투표제도를 도입해 호남에서도 야당이 당선되는 상황이 오면 동서화합형 정계개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냐" 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권의 반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여권 핵심부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마산 MBC와 녹화회견을 가진 날은 1월 28일. 바로 전날인 27일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총무는 대구에서 TK지역과의 정치적 연합을 통한 정계개편 구상을 밝혔다.

그는 "야당 의원 한두명을 영입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재편이 요구된다" 고도 언급했다.

다음날인 28일 한나라당 김윤환 (金潤煥) 의원은 신당창당설을 흘리며 화답했으며 1일에는 이회창총재에게 장외집회를 중단하고 총재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발언의 흐름과 시기가 절묘하게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회의 내에서는 "한나라당내 김윤환 (金潤煥).이한동 (李漢東) 의원 등 비주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배려" 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탓인지 자민련에선 일단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의 구심력이 와해되고 내각제 논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어쨌든 金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계개편을 통한 전국정당화가 여권의 대세임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지난달 金대통령을 독대한 권노갑 (權魯甲) 전의원.김상현 (金相賢).김영배 (金令培) 의원 등 당 중진들은 이미 야권 인사와의 접촉 등을 통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의중까지 분명해지면서 정계개편은 야권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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