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빅딜 각론 절충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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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에서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했다.

신용평가회사의 평가 자체와 과도한 영향력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들이 매긴 등급이 투자결정에 주요 판단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 을 생각할 때 투자적격 회복판정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최근의 경제지표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과 출하, 제조업 가동률 등 주요 지표들의 회복세가 이어졌으며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소비도 감소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난 몇달간의 추이를 보면 경기가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표 호전에 있어 반도체라는 특정 부문의 기여도가 워낙 큰데다 최근 기업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노사갈등 등을 감안할 때 경기회복을 속단키는 여전히 이르다.

특히 지난해 12월 사상 최악을 기록한 실업관련 지표는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해 설사 다른 경제지표들이 더욱 개선된다 해도 이를 체감하기에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듯 싶다.

대부분 이어지는 문제들이지만 이번 주에도 지켜봐야 할 것이 많다. 최대의 현안은 우선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는 현대와 LG의 반도체통합,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사업교환이다.

해당 그룹을 다그쳐가며 1월 안에 마무리짓겠다던 정부의 당초 일정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주 정부가 나서 고용승계 및 보상금 지급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내용의 문구를 들여다보면 앞으로 갈길이 첩첩산중이다.

예컨대 고용승계를 담보할 '구체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방법' 이라든지, 보상금의 '적정하고 합리적인 수준' 같은 문구들을 보면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경우도 정부가 나서 고용승계를 보장하며, 삼성 SM5를 당분간 생산하되 그에 따른 손실을 양사가 분담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이 또한 '보장' 과 '분담' 의 구체적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게다가 정부가 전면에 나서 서두르다 보니 과잉.중복투자의 해소라는 빅딜의 기본원칙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히려 전원 고용승계니 채산성도 없는 사업의 유지 등 효율성을 저해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는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또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금주중 시작될 경제장관들의 지방 방문이다. 이번 행사의 공식적인 표현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설명회' 다. 수도권보다 더 어려운 지방경제를 생각하면 해봄직한 발상이다.

하지만 행사의 배경에는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지역차별 논란을 어떻게든 진화해 보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 여전히 이런 일로 힘을 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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