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은행 '주식보관증'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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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퇴출당한 동화은행이 지난 89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4천54만여주의 '주식 불소지필증 (不所持畢證.25면 용어한마디 참조)'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일종의 주식보관증서인 불소지필증을 갖고 있는 이북출신 실향민 주주들이 지난달 11일부터 동화은행 주식 정리매매가 시작되자 실물로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향민들은 이미 주가가 20원대로 떨어져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동화은행 주식을 팔기보다는 실물로 찾아 보관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파산법인인 동화은행은 주식실물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주식을 새로 발행할 수도 없어 주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함북성진이 고향인 박동렬 (여.68) 씨는 "휴지나 다름없다지만 무덤속에라도 가져갈 수 있게 실물을 찾을 방법을 마련해달라" 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파산관리인 사무실의 문종환차장은 "딱한 사정을 이해하고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처리방법을 협의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구제할 길이 없어 고민" 이라고 말했다.

동화은행은 지난 89년과 91년 각각 5천원과 7천원에 모두 8천만주의 신주를 발행, 이중 4천54만1천여주에 대해 불소지필증을 발급하고 주식을 소각했다. 필증은 이북5도민회 등 3백36개 실향민 모임이 1백37만9천여주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증권예탁원에서 보관하도록 했다.

그러나 증권예탁원은 주식보유장소 부족을 이유로 지난 89년 이후 3천9백16만여주의 동화은행 주식을 불소지필증으로 보관하고 모두 소각시켰다.

필증을 갖고 있는 실향민 수는 무려 60만여명. 현재 예탁원이 가지고 있는 동화은행 실물주식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5백66만여주 5천8백6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향민들의 인출요구를 감당할 수가 없다.

이에 실향민 단체들은 정부와 동화은행 채권단 등을 상대로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황해도 금천군민회의 구본욱 사무총장은 "이북5도민회를 중심으로 현재 소송을 추진 중" 이라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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