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장 체제 유지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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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 밤 대검찰청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이 이날 극비리에 청와대를 방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전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사건에 이어 현직 고검장 항명이란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는 게 요즘 검찰이다.

따라서 金총장의 청와대 방문 소문은 당장 구구한 억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金총장은 이날 밤 이원성 (李源性) 대검차장을 통해 즉각 청와대 방문사실을 부인했다.

청와대측도 뒤늦게 "金총장은 오지 않았다" 며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정 (司正) 책임자가 대통령을 만났을 경우 야당으로부터 검찰의 중립성 문제로 얼마든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부인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한가지 확인된 것은 金총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金대통령과 여권의 입장이 정리된 것 같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金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갖고 있다" 고 전했다.

이에 앞서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이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 金대통령에게 법조개혁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金대통령은 "검찰 수뇌부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조금도 흔들림없이 대전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 고 朴장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권이 金총장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고 강력한 지지의사를 표시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심재륜 (沈在淪) 고검장의 항명사태와 검사들 일각에서 표출되고 있는 불만 분위기에 대한 여권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金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대전 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질적이던 검찰의 과거 관행을 개혁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정을 인정해도 개혁을 추진하는 수뇌부에 항명하고 반발하는 건 용인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측에 빌미를 줄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 沈고검장 항명파동 이후 검찰 고위 간부들의 반응도 면밀히 관찰했는데 "沈고검장의 주장이 일부 옳다 해도 이같은 하극상을 용인하면 검찰 조직 자체가 죽는다" 는 견해가 많았다고 한다.

검찰 수뇌부에 대해 청와대가 사실상 재신임을 한 만큼 金총장은 앞으로 검찰내 개혁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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