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파괴 역발상 광고들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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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 이거 광고였어! " 최근 광고의 형식 파괴가 잇따르면서 '광고같지 않은'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얼핏 보면 무심코 넘어가거나 광고인지 알아차리기 힘들게 '위장' 돼 있지만 실은 정밀하게 계산된 어엿한 정식 광고들. 이같은 형식파괴 광고는 그 성격상 다양한 제작 기법을 시도하기 힘든 인쇄매체 광고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일간지에 등장한 해태콜라의 콤비콜라 광고 (코래드) 는 일명 '낙서형' 광고다. 기존 신문의 기사 위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장난스럽게 휘갈긴 것처럼 글자가 어지럽게 낙서돼 있다.

그러나 이 것은 광고카피 (copy) .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들, 콤비콜라맛에 반해 콤비콜라만 갖고 지구를 떠나다" 라는 요지의 다소 엉뚱한 내용이다. 또 지면 모퉁이마다 유치원생 수준의 솜씨같은 고릴라.외계인 등의 그림이 늘어져 있다.

제품의 주요 타깃이 파격을 즐기는 십대인 만큼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 '최소 광고 노출로 최대 광고효과를 노리는 일종의 역발상인 셈이다.

코래드 관계자는 "특히 글을 쓸때 함부로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빨간색을 과감히 사용해 강렬함과 도전적인 10대의 느낌을 담았다" 고 설명했다.

'신흥증권 NET STOCK' 신문광고 (대홍기획) 은 깨알같은 주시시세표 바닥 위에 노란 개미굴이 여기저기 돌출해 있는 듯한 입체형 광고. 신흥증권 홈트레이딩 서비스인NET STOCK의 캐릭터가 개미라는 점에 착안한 것. 곳곳에 돌출한 개미굴 속에는 '증권시장 사이버투자가들이 세상에 나왔다" , "드디어 돈버는 증권 세상이 왔습니다" 등의 광고 카피가 실려 있다.

특히 개제 지면도 신문내용중 주식시세표란에 배정함으로써 그 지면을 눈여겨보는 실제 거래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대홍기획 김형태차장은 "일반 주식투자가들이 주로 40대 이상인데 반해 홈트레이딩 서비스 이용자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20~30대 등 젊은층이 대부분이어서 기존 광고 스타일로는 어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새로 시도했다" 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의 '98뉴다운 콜렉션' 잡지광고 (제일기획) 도 일반잡지 광고의 유형을 깼다. 이 광고는 남녀가 등장하는 영상 사진이 서너페이지에 걸쳐 이어져 얼핏 일반 패션 사진처럼 깜빡 속아 넘어가지만 페이지 마지막장에 가서야 '상품명' 이 등장해 비로소 광고였다고 실감케 되는 광고다.

일반 소비자들의 허를 찌르는 이같은 광고들은 의외로 '눈길체류 시간' 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어 앞으로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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