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공기업도 직급파괴…30대 소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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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직위는 상관 없다. 누구든지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익을 남길 자신과 능력만 있다면 사업을 맡기겠다." 정부투자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가 직급파괴적인 소사장제를 도입, 공기업 경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KOTRA는 지금까지 처장급 (1직급) 간부가 맡아오던 대전무역전시관의 소사장에 30대 과장 (3직급) 인 투자기획팀 박동원 (朴東源.37) 씨를 28일 선발해 2월 1일자로 부임토록 했다.

처장급은 통상 입사 23~25년은 돼야 오를 수 있는 자리로 입사 12년째인 朴과장의 경우 10년 이상 훌쩍 뛰어넘는 '영전' 을 한 셈이다.

앞으로 3년간 朴과장이 운영하게 될 전시관은 대전 엑스포 공원내 무역전시관. 서울의 코엑스 (COEX) 처럼 각종 전시회를 유치하는 곳. 그는 다음달 취임후 대전지역에서 발이 넓고 활동적인 직원들을 뽑고 지역 기업들을 접촉, 적극적인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朴과장의 발탁은 KOTRA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립 37년만에 처음으로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한 데 따른 것. 朴과장은 "93년 대전 엑스포 당시 전시관 건립에 참여한 인연이 있는 데다 무엇보다 자율적인 판단 아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장을 냈다" 고 말했다.

朴과장이 "대전무역전시관을 대전.충남지역의 경제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큰 틀아래 중소기업 틈새 품목을 개발 전시하고 국제조달전 등 국제적인 전시회를 유치하겠다" 고 말했다.

또 전적으로 임대수입에 의존하던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전시회를 직접 주관하고 결혼식 등 각종 이벤트를 열겠다는 것. "정부 대전청사가 들어섬에 따라 경제활동이 활발해져 충분히 승산이 있다" 는 것이 그의 판단. 이를 통해 적자인 대전무역전시관을 올해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엔 7천여만원, 2001년엔 1억6천만원의 순수익을 남기겠다는 야심찬 의욕을 내비쳤다.

잘되면 '보상' 이 따른다. KOTRA측에 제시한 목표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 초과분의 최고 20%를 포상금으로 받고 1차 사업기간 (3년) 종료 후 인사상 혜택이 주어진다.

성과가 좋으면 재계약도 가능하다. 반대로 실적이 나쁘면 문책이 뒤따른다.

소사장에겐 최대한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대신 실적이 나쁘면 철저한 상응조치를 하기로 한 것.

특히 고의.중대한 과실로 성과가 부진할 경우 해외파견 제한.상여금 삭감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KOTRA는 대전무역전시관 외에 상품정보지인 'KOREA TRADE' 발간 사업에도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책임자는 해당 사업부문 직원인 박현수 (朴鉉洙) 과장. KOTRA 이종건 (李鍾建) 기획조정실장은 "조직.인력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의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며 "앞으로 기존 사업은 물론 수익성이 있는 신규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응모를 받아 소사장제를 실시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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