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G2’ 교류 탄력 … 행정부 넘어 의회로 확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과 중국의 교류가 행정부를 넘어 의회로 확대되고 있다. 20년 만에 양국 의회 수장의 상호 방문도 성사됐다. ‘G2’로 불리는 두 나라의 교류 확대는 국제 질서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우방궈(吳邦國·당 서열 2위·사진) 전인대 상임위원장이 9월 초 미국을 방문한다고 26일 발표했다. 그는 8월 31일 쿠바를 시작으로 바하마를 경유해 9월 초 미국을 공식 방문하게 된다.

◆20년 만의 방미=우 위원장은 방미 기간에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을 방문하고 미 의회 지도자들과 두루 교류할 예정이다. 우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1989년 5월 천안문(天安門) 사태 직전에 성사됐던 완리(萬里) 당시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미 이후 20년 만이다.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이 유럽과 함께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양국 정부뿐 아니라 의회 교류도 중단됐다. 특히 천안문 사태 당시 강경파 총리를 역임한 리펑(李鵬)이 98년부터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으면서 의회 교류는 계속 냉각됐고, 그가 2003년 3월 공식 퇴임할 때까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물론 양국 의회 교류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의원 개개인의 방문이나 소규모 대표단의 교류는 유지됐다. 99년에는 중국 전인대와 미 하원이 의회 교류에 합의했다. 2004년 1월에는 중국 전인대와 미 상원이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양국 의회 지도자의 상호 방문은 성사되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7년 가을과 지난해 봄 우방궈 위원장의 방미 일정을 조율했지만 막판에 성사되지 못했다. 티베트(시짱)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의회의 중국 비판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일정이 취소됐다.

◆불신 해소 계기 될까=그동안 양국 의회 교류는 적잖은 갈등과 굴곡을 경험해왔다. 주로 미 의회가 행정부를 대신해 중국을 공격하는 선봉 역할을 맡았다. 의회는 인권과 종교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수시로 비판했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문제도 단골 메뉴였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중국의 환율제도에 압력을 가하는 역할도 미 의회가 맡았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 대한 중국의 불신이 고조됐다.

그렇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민주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양국이 올해 국교 수립 30주년을 맞으면서 의회 교류도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5월에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어 6월에는 전인대와 미 하원이 10차 교류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의회 교류가 양측의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교류 마당”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미 정계에서 의회의 비중이 갈수록 강화됨에 따라 중국으로서도 대미 고위급 의회 교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있다. 위완리(余萬里)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양국 의회 수장의 상호 방문이 성사됨에 따라 의회 교류뿐 아니라 양국 관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