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사 주민소환투표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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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7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 이상운 ‘제주해군기지건설 범도민 추진협의회’ 회장과 윤태정 ‘강정해군기지추진위’ 공동위원장(전 강정마을회장)를 포함한 10여 명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들은 “침묵하는 절대 다수가 시끄러운 소수에 휘둘려 제주의 미래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도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30분 뒤인 오전 11시30분,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해 ‘제주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들은 “관권에 의해 자유로운 투표행위가 원천봉쇄된 관제투표”라며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도출된 투표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사실상 ‘불복’을 선언했다.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불발로 끝났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쪽에선 “투표 결과 승복”을 요구하고, 반대편에선 “관제투표”라고 맞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해군기지 조성을 찬성하는 단체는 물론 제주상공회의소와 제주도관광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화합’을 촉구하고 있다. 김용하 제주도의회 의장은 “반목과 갈등이 있었다면 이제 모두 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업무를 재개한 김 지사도 직원조회에서 “주민소환투표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도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소환운동본부의 고유기 집행위원장(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관권개입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개표가 되지 않아 찬반 여부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투표 결과에 승복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완으로 끝났지만 김태환 지사 심판운동과 군사기지·영리병원·내국인 카지노 등 도정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환운동본부에는 해군기지 조성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제주참여환경연대·반미여성회 제주지역본부·제주통일청년회·전국농민회 제주연맹·남북공동선언제주실천연대 등 사회단체, 민노당 제주도당·진보신당 제주도당 준비위원회 등 정당단체를 포함해 3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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