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값 너무 올라 성급한 매입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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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IMF한파로 침체됐던 재건축 시장이 다시 뜨고 있다. 금리하락.경기회복 조짐 등에 힘입어 건설업체들이 한동안 중단했던 재건축 사업을 재기하고 있는데다 정부 또한 경기부양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

재건축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서울 잠실.반포.청담.도곡.화곡 등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 단지규모가 크고 위치도 좋은 편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밖에 건립물량이 3천가구가 넘는 월계동 월계시영 아파트를 비롯 화곡주공 시범아파트 (2천3백가구).서초극동 (1천2백93가구).인천 구월주공 (8천여가구).수원천천 주공 (2천여가구).미아동 미아아파트 (9백가구) 등도 관심대상.

저밀도 지구의 경우 서울시가 4~6월중 교통.환경.인구 영향평가 등을 완료하고 6월중 기본 계획안을 확정지은뒤 추진속도가 빠른 곳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토록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시장 현황 = 부동산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도 크게 뛰었다.

잠실 주공 1단지 13, 15평형의 경우 지난 8월에 비해 최근 각각 3천만원 가량 올라 1억4천만~1억4천5백만원, 2억~2억1천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으며 3단지 15평형은 2천만원 정도 상승해 1억4천만~1억5천5백만원선에 호가되고 있다.

그밖의 지역도 평균 1천만원 정도 올랐다. 아직 재건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개포동.과천지역 저층 아파들도 덩달아 꿈틀대는 분위기다.

◇ 투자성 = 값이 너무 올라 지금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는 것은 위험하다는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물론 이름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단지들은 그런대로 값이 싸 잘만 고르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값이 얼마정도 돼야 투자가치가 있을까. 잠실시영 아파트를 보자. 사업의 지분율을 1백10%로 잡았을 경우 43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 17평형 (땅지분 18.3평) 의 최종 대지지분은 20.13평으로 조합원 권리가액은 1억5천5백만원.

따라서 추가 부담금은 입주희망 평수아파트 분양가 3억1백만원 (송파동 한양2차 45평형 최고 시세를 기준)에서 조합원 권리가액을 뺀 1억4천6백만원으로 추산된다.

기존 아파트를 1억8천만원에 구입했다고 치면 총 투자비는 주변시세 수준인 3억2천6백만원선으로 추산돼 수치상으로는 아무 이득이 없고 2004년 입주때까지의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상황은 불리해진다.

물론 새 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헌집보다 값이 더 나갈수 있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가 자율화돼 값을 더 높일 수 있고 지분율이 추산치보다 높거나 낮게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 상황으로는 기존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투자성이 없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른 아파트도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실정이다.

◇ 투자 유의점 =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우선 투자금액.사업기간.금융비용.입지여건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집값이 떨어지면 초기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전체 개발이익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조합원 입장에선 집값이 오르는게 좋고 투자자는 하락하는 것이 유리하다.

재건축의 투자성을 좌우하는 것은 지분율. 갖고 있는 재산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평수를 계산하는 기준이 지분율인데 평지의 경우 1백~1백20%정도이고 경사지나 지하에 암반이 있는 경우 70~90%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아파트 땅 지분이 20평이 넘는 단지는 투자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조합원수가 적을 수록 땅지분이 높아져 지분율이 커진다. 조합원수가 적다는 것은 용적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밖에 사업추진 속도와 조합 집행부의 단합여부.무이자 이주비 등도 따져볼 항목. 대림산업 남익희 팀장은 "분양가가 자율화되면서 조합원과 일반 분양분의 가격차등 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사전에 투자성 분석이 어려워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최영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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