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스케치]국민회의 '임창열 감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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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날 증인 신문 (訊問) 은 이경식 전 한국은행 총재.임창열 경기지사.홍재형 전 부총리.윤진식 (尹鎭植) 전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회의는 그동안 '군기반장' 으로 활약했던 이윤수 (李允洙) 의원을 빼고 김민석 (金民錫) 의원을 교체 투입하는 등 논전에 대비하는 듯했다.

의원 한명에 60분씩 신문 시간이 배정됐는데 국민회의 의원들은 李전총재에 집중한 반면 자민련 의원들은 예상대로 참고인인 林지사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

특히 '저격수' 로 나선 자민련 정우택 (鄭宇澤) 의원은 "당시 네차례나 말을 바꿨다" 는 등 30여분간 국민회의 소속인 林지사를 몰아붙였다.

국민회의 추미애 (秋美愛).천정배 (千正培).정세균 (丁世均) 의원은 아예 같은당 소속인 林지사를 신문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자민련 김칠환 (金七煥) 의원은 지난 97년 11월 당시 한은 부총재가 고건 (高建) 총리에게 외환위기에 대해 보고한 사실을 이끌어 내며 은근히 高전총리의 책임문제를 거론했다.

○…이날 증인 신문은 장재식 위원장을 통해 "너무 호통치지 말고 증인을 인격적으로 대하라" 는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돼서인지 과거 청문회에 비해 호통이나 모독적 언사는 줄어들었다는 평. 張위원장의 적극적인 태도도 주목을 끌었다.

張위원장은 "멕시코와 우리는 펀더멘털이 다르다" 는 지난 96년 국정감사 당시의 李전총재 발언 기록을 직접 가지고 와 李전총재를 추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차례 이런 장면이 거듭되자 정우택 의원이 "위원장이 의원들의 질

의 시간을 뺏고 있다" 고 거칠게 항의,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

한편 자민련 김칠환 (金七煥) 의원은 지난 97년 11월 당시 한은 부총재가 국무총리실을 방문, 고건 (高建) 총리에게 외환위기에 대해 보고한 사실을 이끌어내며 은근히 高전총리의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이날 신문은 26, 27일에 있을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불꽃 튀는 본게임을 앞둔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 등은 이경식 전 한은총재와 윤진식 당시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을 대상으로 97년 11월 9일 관계기관 심야회의에서 "姜전부총리가 '내 임기 중엔 창피해서 IMF에 안간다' 고 했다" 는 한 참석자의 진술 사실 여부를 집요하게 따졌다.

윤진식 전비서관은 지난 97년 11월 12일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독대에 대해 "당시 상황이 급박했지만 姜전부총리는 IMF행에 부정적이었고 金전수석은 머뭇거려 안타까운 마음에 김광일 전비서실장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독대를 주선해줬다" 고 소개.

또 "독대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후임 부총리로 누가 좋겠느냐' 고 물어 처음에는 답변을 거부했으나 계속 물어 홍재형씨를 추천했다" 고 소개.

그러나 金전대통령은 "洪씨는 신당으로 가 안된다" 고 거부하면서 "임창열씨가 어떻겠느냐" 고 다시 물어와 "林씨도 좋겠다고 대답했다" 고 증언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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