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실업난…中 위안화 평가절하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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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잇따른 금융기관 부실화에 이어 최근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위안 (元) 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는 등 중국 경제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고 있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수출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에도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각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인 골드먼 삭스는 "1천5백억달러의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이 당장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는 관측을 22일 내놓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의 부실한 금융구조 때문에 위기론을 펼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광둥 (廣東) 투신 등 금융기관들이 부실화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수출부진과 이에 따른 실업문제 극복을 위해선 평가절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부실채권은 약 2천억달러 규모. 은행 여신 가운데 20% 가량이 부실채권이며 회수 불가능한 악성채권도 5백5억달러에 달한다.

도이체방크는 중국이 금융기관 부실로 연내 위안화를 13%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메릴린치는 10%, 와튼 계량경제연구소는 8%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중국이 지금 평가절하를 해봐야 손해" 라는 것이 그 근거다.

지난해 최악의 시기에 비해 위안화의 경쟁 화폐인 엔화와 원화.태국 바트화 등의 환율이 30% 가까이 절상돼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경우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오히려 자금줄이 막혀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23일자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외환거래 규모가 하루 10억달러 남짓에 불과한 상태에서 중국이 당장 평가절하에 나서지는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골드먼 삭스도 "중국이 현재 2백42개 투신사를 대폭 정리할 경우 당장 외자유치에는 차질이 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권 체질이 강화될 것" 이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결국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는 중국 정부가 내수.수출 부진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화약고임에 틀림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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