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삐딱이'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하카세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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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 19일 오후 신촌 한 재즈카페. 무대에는 두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열정적인 연주를 펼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유진 박 (26) 과 일본을 대표하는 크로스오버 바이올린 연주자 하카세 타로 (31).

하카세는 87년부터 '크라이슬러 앤드 컴퍼니' 라는 재즈밴드에서 활동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인물. 96년에는 셀린 디옹의 '투 러브 유 앤드 모어' 라는 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97년 솔로로 독립한 그는 최근 2번째 앨범 '타로' 를 발표했다.바이올린으로 록.재즈 등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나, 줄리어드 (박).도쿄예술대학 (하카세) 같은 명문대에서 정규 클래식 교육을 받았다는 점 등에서 둘은 닮았다.

무엇보다 클래식이라는 포장도로 대신 험한 길을 헤쳐 나가려는 '삐딱이' 라는 점이야말로 둘을 잇는 끈. 당연히 연주회 뒤 둘이 영어로 나누는 대화에 귀가 솔깃해진다.

하카세 : "잠깐 리허설을 했을 뿐인데 잘 어우러지는 것을 보니 우린 확실히 통하는 것 같아. " 하카세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하카세 : "너의 폭발적 무대매너를 보니 내 10년 전 모습이 떠오르더군. 나도 대학 시절 섹스 피스톨스의 펑크 음악을 듣고 자유로운 음악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떴어. "

박 : "저도 클래식을 하면서 너무 꽉 짜여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이 즐거워 이 길을 택했어요. " 둘 다 최근 2집을 발표했기에 자연 얘기는 음반쪽으로 이어졌다.

박 : "타로형의 새 음반을 들었어요. 편안함과 완숙미가 느껴졌어요. 리듬이나 멜로디가 이국적이던데요. "

하카세 : "이번 음반은 최근 여행한 브라질의 독특한 음악을 내 나름대로 소화한 것이야. 나도 유진의 2집을 듣곤 1집보다 눈부시게 성장한 것 같아 놀랐어. 유진의 매력은 역시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이야. "

박 : "요즘에는 펑크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또 국악과의 접목도 고민하고 있습니다.선배로서 충고를 해준다면…. "

하카세 : "지금처럼 열의를 다하면 와인이 숙성되는 것처럼 음악도 자연스레 익을 거야. " 잠깐 사이에 오랜 선후배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비결을 묻자 하카세는 "그게 바로 음악의 마술" 이라고 말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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