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홍수환씨,22년만에 카라스키야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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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목숨을 걸고 싸운 시합이었죠. 형제보다 더 보고 싶었어요. " 권투선수 홍수환 (48) 씨가 22년 만에 운명의 라이벌을 다시 만나 의형제를 맺었다.

지난 77년 파나마에서 열렸던 WBA 주니어페더급 초대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은 카라스키야 (38). 이 시합으로 '4전5기의 신화' 를 일궜던 홍씨가 지난달 카라스키야를 만나는 장면이 KBS2 '도전! 지구탐험대' (31일 오전 9시40분) 를 통해 방영된다.

당시 시합이 열렸던 파나마 올림픽 체육관에서 만난 두 사람. 홍씨가 먼저 카라스키야의 주먹을 만지며 "이걸로 나를 네번이나 쓰러뜨렸느냐" 고 묻자 카라스키야는 "당신이 태권도로 나의 옆구리를 무너뜨렸다" 며 받아쳤다.

주위에 몰려든 파나마 사람들도 홍씨를 알아보고 "수왕 홍!" 을 연발하며 반가워했다. 당시 파나마 TV에선 홍수환과 카라스키야의 시합 내용을 6개월간 방송했다고 한다. 비록 자국 선수가 패배하긴 했지만 워낙 '명승부' 였기 때문.

홍씨는 "역대 파나마 챔피언들의 상당수가 은퇴 후 마약중독자가 돼 걱정을 많이 했다" 며 "성실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봐서 기쁘다" 고 밝혔다. 카라스키야는 현재 시의회에서 정치인으로 뛰고 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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