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우주발사체 개발, 패러다임 바꿔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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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정부는 발사체 상단의 위성을 덮고 있던 보호덮개(페어링) 반쪽이 분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결국 보호덮개의 무게로 인해 위성이 원래의 목표궤도에서 필요한 속도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성이 우주에서 원형이나 타원형의 위성 궤도를 그리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위성은 포물선형으로 떨어지며 대기권에서 마찰열에 의해 불타 없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 발사체 시장에선 위성을 원하는 임무궤도에 넣지 못하면 발사 실패로 본다. 하지만 나로 우주발사체는 모든 시스템과 부품을 새로 개발했다. 첫 시험비행이라는 의미다. 시험비행에서는 위성을 운용궤도에 넣는 것 못지않게 발사체 및 로켓의 기술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이번 나로 발사를 통해 1단 액체추진기관, 2단 로켓 점화, 단 분리, 위성 분리 등의 최소한의 기능은 검증이 된 셈이다. 다만 반으로 분리되어 태평양상으로 낙하되는 위성보호덮개의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는 정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상세기술 분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것이다.

한국은 기술적 한계로 1단 액체 로켓 엔진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했다.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자립적 국내 우주발사체 기술의 축적이 매우 어렵고, 이에 따라 정해진 일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발사 운용을 우리 혼자 한다면 엄청난 시행착오 및 실패를 거칠 수도 있다. 하여튼 이번 발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국가의 자긍심을 심어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지난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남쪽 바다 끝 우주센터에서 묵묵하게 최선을 다한 연구진께도 위로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우선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발상의 전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로켓엔진 기술은 민군(民軍)겸용이다. 해외기술 도입에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엔진시스템의 단순 도입을 통한 기술획득에도 한계가 있음을 이번에 확인했다. 나로 발사체도 두 번의 시험발사 후에는 우리 손으로 재생할 수가 없다. 물론 나로 발사체 개발사업을 통해 발사체 시스템 조립과 시험기술, 발사운용기술, 발사장 구축기술 등은 배웠다. 하지만 핵심인 1단 대형로켓엔진 개발 기술이 없는 한 우리의 발사체 개발 자립기술 확보는 요원하다.

따라서 차세대 발사체인 KSLV-II 개발계획은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기술능력, 경험, 인력 및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더 이상 고집하는 오판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10년 이상의 장기 개발 프로젝트이니만큼 단계별 성과분석을 통해 사업추진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단발성 발사가 아닌 신뢰성을 확보한 발사체와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 이후 상용화 전략도 세워야 한다.

이제 우리의 우주개발 자립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여주기 식의 사업은 지양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한두 차례 발사해서 성공한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얼마나,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원천기술로 독자적 로켓을 개발해 발사하고 재현성을 가질 때 진정한 ‘스페이스클럽’ 가입 국가가 되는 것이다. 우주발사체 개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진정한 우주기술을 보유한 우주강국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