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재경부 사무관의 '외환일지'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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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7년 외환위기때 '정치논리' 에 매달리는 재정경제부의 정책실상을 보여주는 문건이 20일 공개됐다.

감사원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청문회 보고자료 중 외환일지가 해당 문건. 당시 재경부 외화자금과 김정관 사무관이 쓴 일지는 97년 11월 17일에 작성됐다.

일지에서 金사무관은 외환정책의 이면에 경제논리가 무시되는 상황을 실감나게 적었다.

'환율이 오늘 1천8. 6원까지 상승한 이유' 에 대해 그는 외부 설명논리로 "언론이 IMF 지원설을 보도하고 금융기관 차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등 달러수요가 급증해서" 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바로 아래 '진짜 이유' 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적고 있다.

"금융개혁과 관련해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켜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강경식 부총리 등 (상사들) 의 생각. 실무자 입장에서 상관 명령에 복종함. " 姜부총리가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을 키우고 있다는 게 金사무관의 생각이었다. 첫 머리에 金사무관은 "오직 사실에 입각한 97년 환율정책을 적고자 한다" 고 명기했다.

그렇다면 당시 시장논리에 의해 환율이 상승했다는 재경부의 설명은 '거짓말' 이었던 셈이다.

金사무관도 일지 말미에 단상 (斷想) 이란 난을 빌려 이렇게 쓰고 있다.

"정책당국에 대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불신 가중" 이라고. 이 일지는 감사원이 지난해초 외환특감때 재경부로부터 받은 서류 중에서 발견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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