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쉬운 무승부였다.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 명을 잃고도 2-0까지 앞서나간 한국이 막판 그리스의 대추격을 막지 못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2일 새벽(한국시간)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 경기장에서 벌어진 아테네올림픽 축구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그리스와 두 골씩을 주고받아 2-2로 비겼다. 한국으로서는 개막전 필승을 노린 개최국 그리스를 맞아 선전한 셈이지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같은 시간 말리와 멕시코와 0-0으로 비김으로써 A조는 네 팀이 모두 1무승부(승점 1)를 기록했으나, 한국과 그리스가 다득점에서 앞서 공동 선두를 달리게 됐다.
한국의 출발은 극히 불안했다. 조재진(시미즈)·최태욱(인천)·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를 스리톱으로 낸 한국은 초반 수비진의 호흡이 맞지 않아 아찔한 순간을 자주 맞았다.
전반 6분 첫 위기가 지나갔다. 상대 스루패스 한 방에 우리 수비가 뚫리며 아그리티스에게 완벽한 찬스를 내줬다. 아그리티스의 슈팅을 김영광(전남)이 다리로 걷어냈고, 흘러나온 볼을 포카티스가 재차 슛했으나 볼은 왼쪽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전반 12분에도 우리 진영으로 흘러나온 볼을 유상철(요코하마)과 김영광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이 그리스 선수가 로빙슛 했으나 김영광이 점프하며 가까스로 쳐냈다.
▶ 12일 새벽(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 경기장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축구 A조 첫 경기에서 한국의 김동진이 첫 골을 성공시킨후 환호하고 있다.
전반 26분 왼쪽 수비수 김치곤(서울)이 여유있게 처리할 수 있는 볼을 갖고 머뭇거리다 상대에게 뺏겼다. 급한 김에 김치곤은 파울을 했고, 첫 경고를 받았다.
전반 29분에는 아그리티스의 강슛이 김영광의 손끝을 스친 뒤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그 직후 김치곤이 상대 선수와 겹치면서 심판이 호각을 불었다. 김치곤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고, 경고 두 개로 곧바로 레드카드가 나왔다. TV 화면으로는 김치곤의 상대 선수에게 어떤 파울 행위도 한 것이 없었다. 억울했지만 한국은 10명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김호곤 감독은 김치곤 자리에 조병국(수원)을 넣고, 스리톱 중에서 최태욱을 빼 3-4-2로 전열을 정비했다.
전반 43분 한국의 선취골이 터졌다. 이천수의 오른쪽 코너킥을 골키퍼가 쳐내자 쇄도하던 김동진(서울)이 왼발 강슛, 볼은 그리스 수비 머리를 넘어 골네트 상단에 꽂혔다.
후반 그리스가 바빠졌다. 그리스는 전날 밤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 출전했던 살핑기니스(파옥)와 발빠른 미트루를 투입, 우리 측면을 공략했다. 아찔아찔한 순간이 지나던 후반 19분, 한국이 행운의 추가골을 얻었다. 역습으로 오른쪽을 파고든 이천수가 정면의 조재진 쪽으로 크로스 한 볼을 그리스 수비수 빈트라가 걷어낸다는 게 전진한 골키퍼를 넘어 자기 진영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의 승세가 굳어져 가던 후반 33분 그리스가 회생했다. 우리 수비진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걷어낸다는 볼이 빗맞아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높이 떴고, 이를 타라리디스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한국 골문을 열었다.
그리스 관중의 “헬라, 헬라” 함성이 드높아졌고, 전세는 급속히 그리스 쪽으로 기울었다. 2분 뒤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던 미트루를 최원권(서울)이 팔로 살짝 건드렸다. 주심 라리온다(우루과이)는 기다렸다는 듯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를 파파도풀로스가 성공시켰다.
이제는 역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골키퍼 김영광이 후반 추가시간에 사파니스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걷어내는 등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남은 시간을 버텼다.
한국은 15일 새벽 2시 30분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멕시코와 예선 2차전을 갖는다.
테살로니키=정영재 기자
◇12일 전적
△남자축구 A조
한국 2-2 그리스
멕시코 0-0 말리
△동 C조
아르헨티나 6-0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호주 1-1 튀니지
△여자축구 E조
일본 1-0 스웨덴
△동 F조
독일 8-0 중국
△동 G조
미국 3-0 그리스
브라질 1-0 호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