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전·현직감독 '안양신화'위해 지도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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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로축구 안양 LG가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경남 진주. 조광래 (45) 감독과 박병주 (56) 기술고문은 항상 나란히 서서 훈련모습을 지켜본다.

지난해 마지막 대회인 FA컵 결승전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벤치에서 뜨겁게 포옹,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두사람. FA컵을 끝으로 지휘봉을 넘겨준 박 전감독은 기술고문으로 취임, 조감독을 도와 새로운 '안양 신화' 만들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끈끈한 인연은 20여년동안 이어져왔다. 지연.학연이 아닌 순수한 축구 선.후배로 만나 친형제처럼 진한 정을 쌓아온 것.

그렇지만 두 사람은 확연히 다른 축구인생을 걸어왔다. 조감독이 '컴퓨터 링커' 라는 애칭을 들으며 화려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면, 박고문은 군대 시절 뒤늦게 선수생활을 시작, 끈질긴 잡초근성으로 국가대표에까지 올랐던 의지의 인물.

이런 대조적인 배경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는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조감독이 과학적인 이론에 바탕한 정교한 기술축구를 다그치면, 박고문은 근성과 목표의식을 갖도록 아버지처럼 다독거려준다.

재미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일치다. 조감독은 "박고문이 옆에 계시니 언제나 든든하다.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된다며 좋아한다" 고 했다.

박고문은 "조감독은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한 반면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각자의 능력이 다른 만큼 스스로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고 조언한다.

평화적 정권교체 (?) 의 아름다운 전통을 만든 두 지도자가 올시즌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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