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거래 움츠러들며 본격적 조정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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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주 주가흐름을 보면 조정이 필요한 때 '브라질' 이라는 악재가 시의적절하게 돌출한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즉 별 문제될 것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일부 외국증권사에선 이번 사태로 한국을 포함 아시아 시장이 조정을 거칠 경우 매수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주간 단위로 본 종합지수는 지난 주 4주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12일부터였다. 시장의 활기를 가늠하는 거래량은 12월 중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주가는 10% 올라 있는 상태다. 당장에 하루 거래량 3억5천만주 이상의 과열 장세가 재현되기는 어렵다는 가정하에서 다음 두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다.

하나는 거래는 줄지만 주가가 재상승, 전 고점을 돌파하는 긍정적 시나리오 이고 다른 하나는 거래위축과 함께 주가 역시 하락, 본격적인 조정에 돌입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풍부한 유동성을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최근 후자쪽으로 기우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으로 대거 몰릴줄 알았던 신종적립신탁의 해약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만기분도 2월부터 격감한다.

금리의 추가 하락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대신 노조문제.증자물량과 같은 악재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고 경제청문회와 내각제 논란도 신경이 쓰인다.

브라질 사태가 진정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레알의 16% 절하로 브라질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걸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감한 재정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커피등 일차상품 가격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레알 평가절하로 늘어나는 외채상환부담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더욱이 충격파가 수출의 30%를 브라질로 실어내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아시아지역까지 파급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벌써 홍콩이 투기자금의 다음번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올해 위안을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던 파이낸셜타임즈의 연초 진단이 들어 맞는다면 한국에 대한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여하튼 앞서 예로 든 두 시나리오중 첫번째는 이미 지난 2~3주간 진행됐다고 보면 향후 주가 행보는 시나리오②를 따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혹 주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전 고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매물을 소화해낼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합지수 700은 다음번 (빠르면 2분기) 공격목표로 잡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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