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심재현 19일부터 첫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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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인 아닌 신인' .조각가 심재현 (61) 씨를 두고 미술평론가 오광수씨가 이르는 말이다.

홍익대 미대 졸업 후 71년 미국으로 건너가 25년간 외국 생활만 했으니 당연히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이순 (耳順) 을 넘긴 나이에 첫 개인전을 갖는 이 '신인' 은 미술계 중진들 사이에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동료작가다. 또 지난해 광주 5.18 기념공원 조형물 공모전에서 우재길.고필종씨와 함께 당선돼 올해 말쯤이면 광주 민중항쟁을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을 일반에 선보일 주인공이기도 하다.

19일부터 갤러리 퓨전 (02 - 518 - 3631)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스테인레스 스틸이라는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소재를 사용한 대형 설치물 3점을 포함해 총 20여 점의 작품이 선을 보인다.

그의 인문적 테마는 '신과 인간' 이다. 미술적 테마는 조화와 자유를 뜻하는 '율동' .신의 존재에 대한 동의,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 그리고 신의 섭리를 생래적으로 깨닫는 지식 등 정신적 지향점이 '율동' 이라는 형태적 지향점과 만나 추상적이면서 모던한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그가 설명하는 "휘었다 폈다 하는 물리적 운동에서 나타나는 면의 변화, 선의 흐름, 속도감" 은 생명의 운동이며, 생명운동의 포착은 바로 신의 섭리에 대한 찬미다.

3개의 전시공간 중 주전시장에 놓일 '구름기둥' 은 모세가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40년 동안 광야를 헤맬 때 낮이면 나타나 이들을 인도했다는 성서 속 이야기를 인용한 것. 작가에게 모세가 걸어간 광야는 그가 예술 활동을 하면서 느낀 세계의 불균형과 균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구름기둥' 은 작품 활동이 그러한 부정형 (不定形) 의 세계에서 앞으로 한걸음씩 정형을 향해, 곧 신의 섭리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런 주제의 무거움을 조형적으로 덜어내기 위해 그는 연속되는 링으로 스테인레스 스틸의 무게를 최소화해 모더니즘적인 간결함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바닥에 대형 거울을 설치, 관람객이 반사되게 함으로써 작품에 관객을 포함한 외부 환경을 흡수시키는 것. 오광수씨는 이를 일종의 '관객 참여를 이끌어내는 연극적 공간' 이라고 설명한다.

'판타지아' 연작은 율동감이 단연 두드러진다. 마티스의 색종이를 오려붙인 만년 걸작 '댄스' 에서 착안한 '마티스 - 판타지아' 는 시각이미지를, 또 트럼펫을 오브제로 이용한 '뮤직 - 판타지아' 는 청각 이미지를 끌어와 입체적인 공감각 (共感覺) 의 세계를 느끼게 한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계속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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