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유사품도 오류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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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해 벽두부터 스웨덴에서 여객기 발권업무가 마비되고 국내 병원의 전산시스템이 1800년대에 태어난 할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인식하지 못해 다운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모두가 우려하는 2000년이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통상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 생기는 컴퓨터 오류를 'Y2K' 라고 부르지만, 컴퓨터가 연도인식을 잘못해서 생기는 오류는 비단 2000년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에 생기는 문제와 구별하기 위해 2000년 1월1일 이외에 발생하는 오류는 '유사Y2K' 라고 부른다. 이런 유사 Y2K문제는 올해부터 2000년 12월31일까지 컴퓨터의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10여차례 더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유사 Y2K의 발생 가능성을 유형별로 살펴본다.

◇ GPS버그 = 99년 8월 22일 오전 0시 15분. 한 항구의 무선통신감시소에 다급한 SOS가 들어왔다. 그런데 감시소의 장비는 이 신호의 수신을 계속 거부했다. 조난무선에 담긴 신호는 SOS의 발신시점을 80년 1월 5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감시소의 장비는 올해가 99년이므로 이같은 잘못된 연도신호를 장난SOS신호인 줄 알고 접수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 오류는 지구위치확인시스템 (GPS) 이 1천24주 (週) 를 주기로 시간을 재는데 99년 8월 22일이 지난 80년 1월 5일 GPS가 시작되고 꼭 1천24번째 주가 되는 날이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발생한 것. 노후화된 선박들이 요주의 대상.

◇ 99버그 = 숫자 '9' 때문에 생기는 오류를 통칭하는 것. 올해 정월 초하루 스웨덴에서 발생한 사례도 99버그의 하나. 이는 과거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때 99년이 되면 더이상 시스템을 가동치않도록 만들어 컴퓨터가 정지하게 되어버린 경우다. 한마디로 프로그램오류인 것이다. 오는 4월 1일도 위험하다.

일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이날을 99년의 99번째로 표기하면 훨씬 편하기 때문에 '99099' 로 컴퓨터에 입력하였으나 이것은 자리수가 아니기때문에 일부 컴퓨터가 자칫 '0' 을 빼고 인식하게 되면 '9999' 가 돼버려 전산시스템에 장애를 초래할수 있다. 9월 9일도 '990909' 로 표기되면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 윤년 오류 = 2000년 2월 29일. A씨가 컴퓨터를 켜보니 이상하게도 3월 1일로 나타나 있었다. 인터넷과 연결하려 해도 외부와 날짜가 맞지 않아 도대체 접속이 안된다.

이같은 사태는 A씨의 컴퓨터가 다른 윤년방식의 연도표시법을 썼기 때문. 윤년계산방식에는 그레고리안방식과 줄리안방식이 있다. 그레고리안방식은 4의 배수년도를 윤년으로 정하되 1백의 배수는 여기서 제외시킨다.

그러나 4백의 배수는 다시 윤년에 포함시킨다. 이에비해 줄리안방식은 4백의 배수도 윤년에서 제외시킨다. 따라서 지금의 세계표준인 그레고리안방식으로는 2000년이 윤년이지만 지난 30년대까지 쓰였던 줄리안방식으로는 윤년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일부 프로그래머는 줄리안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같은 낭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 업무관행상 오류 = 신정 연휴가 끝난 다음날의 업무체크는 연휴중 발생한 오류로 인한 피해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등은 99년 회계년도에서 2000년 회계연도로 바뀌는 3월 31일을 집중 점검할 것.

이밖에 2000년에서 처음으로 날짜단위가 바뀌는 1월 10일, 첫번째로 월이 바뀌는 1월 31일과 첫번째로 해가 바뀌는 2000년 12월 31일도 주의대상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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